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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1일 사법행정자문회의 임시회의를 개최해 상고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이 같이 결론을 내렸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그동안 제시된 다양한 상고제도 개선방안 중 상고허가제와 대법관 증원을 혼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상고심사제도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처럼 상고 사건 중 대법원에서 심리할 사건을 선별하는, 사실상 상고허가제다. 모든 상고사건을 대법원이 심리하는 현재의 시스템 대신 일부 중요사건만 집중적인 심리를 진행해 최고법원 역할에 충실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대법관 1인당 연 4000건↑ 심리…충실 심리 역행
실제 현재 대법원의 처리 사건수는 살인적 수준이다. 2020년 기준 대법원에 접수된 본안 사건은 4만 6231건에 달한다. 대법원 4명씩 구성된 소부 3곳에서 처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관 1인당 연간 3852건이 접수되는 것이다. 본안외 접수사건이 2만 3859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업무부담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같은 과도한 사건 부담은 대법원에서의 충실한 심리를 방행하고 사건 적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인이 참석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극히 사건만 다루게 되고,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부 역시 사실상 대법관별 단독재판부 형식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헌법이 정한 최고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의 기능, 현재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 등을 고려할 때 상고심 실질 심리사건을 선별하기 위해 상고심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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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자문회의는 “상고사건 심판의 본질적 부분이 대법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를 충족하고 상고사건을 적시에 처리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야 ‘대법관 증원’ 요구 수용하면서도 “필요최소한”
다만 대법관 증원은 ‘필요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상고허가제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중심으로 상고심 심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대법관의 대폭적인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이와 별도로 현재 단계에서 대법원 사건 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현재 대법원에 내고 있는 상고이유서를 원심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해당 제도를 검토해 추후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상고제도 개선은 법원의 오래된 숙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임기간 내내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법원은 일부 사건만 심리하고 나머지 대부분 사건은 고위 법관들로 구성된 상고법원이 처리하게 하겠단 구상이다.
양승태 대법원은 정부·정치권 및 재야 법조계 등에 대한 설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사법행정권을 남용하며,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가 발생했다.
양 전 대법원장 후임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에서부터 “우리 실정에 알맞은 상고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2020년 1월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지난 2년간의 논의 끝에 이번 결론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