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행동강령은 경찰관이 치안 현장에서 인권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행동 기준을 정한 내부 규칙으로,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에 당면하게 되는 갈등상황에서 인권적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고(故) 박종철 열사가 민주화 운동 도중 경찰 수사관의 조사를 받다가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6·10민주항쟁 기념일에 이를 선포하면서 과거에 대한 성찰과 개혁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 청장은 기념사를 통해 “안전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경찰은 태생부터 인권수호기관”이라면서도 “하지만 과거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의 마음에 생채기를 안겨주기도 하는 등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은 우리 경찰이 보다 겸손한 자세로 약자를 보호하며 인권 옹호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인권행동강령은 인권보호를 경찰관의 최우선 사명으로 제시하면서 비례 원칙 등 헌법상 기본 원칙과 가혹행위 금지 등 금지 사항, 범죄피해자 보호 등 보호사항을 망라해 총 10개 조항으로 구성했다. 특히 국민이 국가의 주인(제1조),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의무 및 불이익 금지(제5조), 차별 금지 및 약자·소수자 보호 의무(제6조) 등 조항이 주목할 만하다.
이날 선포식에는 경찰청장과 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정급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했고, 이인성 경찰위원회 상임위원과 김칠준 경찰청 인권위원장, 김선택 경찰수사정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 청장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경찰의 지난날을 반성한다”며 “강령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경찰관의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경찰 수사관의 물고문을 받다가 숨진 곳이다. 현직 경찰청장이 이 행사에 참여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