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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제보자 “‘오늘 저녁 밥상 차렸어요’ 일상 글로 엄마들과 소통”

장구슬 기자I 2019.02.26 10:42:44

맘카페 허위광고 효과 ‘어마어마’…광고주 절반 이상 “또 하자”

가짜 아이디를 동원해 병원 등 광고주로부터 의뢰받아 지역 맘카페에 허위 광고를 한 일당의 광고 흐름도. (사진=성동경찰서 제공)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가짜 아이디를 동원해 맘카페에 허위로 바이럴 마케팅을 해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에 적발된 3개 업체 중 한 곳에 근무했던 내부 고발자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허위 광고 방법에 대해 증언했다.

불법 마케팅 업체인 줄 모르고 입사했다는 A씨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보고 마케팅홍보 업무로 알고 들어갔는데 일을 배우다 보니까 댓글 작업을 하는 업무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의뢰)업체 사장님과 제가 일했던 회사의 직책 높은 사람이 만나 일주일에 댓글 작업은 몇 개, 게시글은 몇 개 올릴 것인지 협의한다”며 “어떤 내용으로 글을 올릴 건지는 우리가 작성한 다음 업체 사장님께 보여 드린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A씨는 “엄마들한테 와 닿는 건 다른 엄마의 후기나 경험담이다. 학원 광고를 예를 들면 ‘요즘 조기 영어 교육이 열풍인데 우리 애는 너무 늦었다. 또래 친구들은 영어를 잘하는 것 같아 불안했는데 OO학원을 보냈더니 영어를 정말 못하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애들과 동등한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식으로 (글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요? 우리 아이도 늦은 감이 있는데 상담받아봐야겠어요’ ‘혹시 업체 정보 좀 알 수 있을까요?’ ‘쪽지 보내드렸습니다’ 등의 댓글을 쓴다고 부연했다.

A씨는 “댓글은 20개 이상 남긴다”며 “카페에 가입하자마자 글을 쓸 수 없기에 카페 내에서 활동하면서 레벨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레벨에 따라 파급력이 다르므로 제가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사전 작업을 많이 해 둔 아이디가 100개 이상 있었다. 계정들을 불법 거래 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아이디를 누르면 그 사람이 쓴 글이나 댓글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이력이 정말 중요하다. 이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사람은 카페에서 오랫동안 있던 사람이니까 이 사람 말은 다 맞다라고 엄마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엄마인 것처럼 행동해야 하기에 ‘오늘 우리 집 저녁 차렸어요’ ‘요새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매일 마스크만 쓰고 다녀서 답답해요’ 등 일상적인 글과 사진을 계속 올리면서 엄마들과 소통한다”고 밝혔다.

A씨는 맘카페 광고 효과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그는 “사전 작업을 하기 때문에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광고주에게서 한 달에 10에서 50만 원 정도 받는데, 효과에 만족해서 (계약기간) 한 달이 끝났을 때 또 하자고 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고 전했다.

A씨는 끝으로 “맘카페에서 허위 정보 글을 어떻게 걸러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보통 주부들이 딱 보고 걸러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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