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핵 위협을 가하면서도, 한국 정부에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이날 육성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면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대해선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히면서 이를 위한 남북 간 실무협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간 대화는 남북 군사회담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북남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긴장 완화를 위한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에 화답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화답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 해 7월 국방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그동안 북한은 이에 무응답으로 일관했지만,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동족 간의 불화와 반목을 격화시키는 행위들은 결정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고 전향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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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의 이같은 ‘평화공세’가 우리 정부에 숙제를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 북핵 문제 진전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핵무력 완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책상 위의 핵 단추’라는 표현으로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게다가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며 핵무력의 기술적 완결성을 위해 계속 도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그냥 보고만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