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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읽어주는 남자]미래에셋제5호스팩 공모 매력은?

박형수 기자I 2016.05.13 12:15:00

합병 대상 못찾고 해산해도 원금에 이자까지 보장
스팩 경영진 자질이 스팩 성공 좌우
스팩 공급 과도…우량 합병대상 찾기 경쟁 치열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14년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 다시 돌아온 해태제과식품이 공모주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상장 첫날 시초가대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데 이어 둘째날도 상한가로 마감해 벌써 공모가의 두 배 수준을 넘었다. 공모시장으로 투자자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공모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케이비스팩9호를 비롯해 동부스팩4호, 하나금융스팩7호 등은 청약 미달 사태를 겪기도 했다.

스팩 공모시장에 대한 무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에셋제5호스팩이 이달말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다른 법인과의 합병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스팩에 투자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최대 3년 동안 묶어둬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난 2010년 스팩이 처음 국내 증시에 등장한 이후로 감독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만큼 여유 자금이 있다면 3년짜리 정기예금에 드는 것보다 나은 투자 수단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3년 정기 예금같은 스팩 투자…합병 못해도 원금 보장

스팩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확인할 사항 가운데 하나는 경영진의 자질이다. 어떤 법인과 합병하는지에 따라 스팩의 주가는 움직인다. 하나금융투자의 첫번째 스팩인 하나그린스팩과 선데이토즈는 가장 성공적인 스팩 합병 사례로 꼽힌다. 합병 당시 4000원 선에 머물던 주가는 4개월 만에 2만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합병에 성공하고도 스팩 투자자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성장 가능성이 큰 비상장사를 찾는 능력과 합병을 성사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춘 경영진이 이끄는 스팩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총괄을 맡은 김남기 전무가 미래에셋제5호스팩의 합병 작업을 이끈다.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출신인 김 대표는 2000년부터 14년 동안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미래에셋캐피탈에서 투자심사 업무를 담당했다. 김 대표는 두산이 지난 2014년 흡수 합병한 전지업체 퓨얼셀파워, 코스닥 상장사 아미코젠·알티캐스트·알테오젠, 코넥스 상장사 엘앤케이바이오메드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김형채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 2팀 이사는 기타비상무이사도 김 대표를 도와 합병 대상을 찾는 일에 힘을 보탠다. 감사를 맡은 구본상 신정회계법인 이사는 기업 인수합병(M&A), 분할 등의 분야에서 다수 상장사의 자문을 맡았다. 미래에셋제3호 스팩 감사도 겸임하고 있다.

미래에셋제5호스팩은 공모를 통해 모집한 자금을 모두 KB국민은행에 신탁한다. 신탁한 자금은 합병에 성공했을 때만 합병존속법인의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합병에 실패해 스팩을 해산하면 원금과 함께 예치기간에 들어온 이자수입도 주식 보유비율에 따라 지급한다. 3년 정기예금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50개 넘는 스팩…합병 대상 찾아 삼만리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한 스팩은 60여개다.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인 스팩을 제외해도 50여개가 넘는 스팩이 합병 대상 법인을 찾고 있다. 게다가 우량한 비상장 법인은 스팩과 합병해 상장하는 것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직상장을 선호하기 때문에 마땅한 합병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 2010년 스팩을 도입한 초기에는 비상장 법인이 스팩과 합병하려고 줄을 섰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스팩 관계자가 문턱이 닳도록 합병을 권유해도 더 좋은 제안을 하는 다른 스팩을 기다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면 성장성이 크지 않은 기업과 합병하거나 성장성이 크더라도 합병비율을 스팩 주주에게 불리하게 조정할 우려가 있다.

또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 에스비아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증권, 하나은행 등 스팩 발기인은 합병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모전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합병의사 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고 해산하면 최초 모집에 참여한 일반주주와 달리 발기인은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해 상충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기인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합병조건 등을 협의할 때 일반주주 이익보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할 수 있다. 다만 공모주주는 함량 미달인 비상장 법인과 합병한다고 판단했을 때 합병 주주총회에서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스팩 주식이 매일 거래되기 때문에 굳이 공모에 참여해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투자에 앞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공모에 참여했던 갑작스럽게 자금이 필요한 주주는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 장내에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현금 100억원을 보유한 스팩의 시가총액이 때때로 90억원 수준까지 내려가는 이유다.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산 주주라 해도 해산할 때는 공모가 기준으로 원금을 돌려받는다. 장내에서 매수하면 굳이 3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물론 스팩이 상장하고 1년 안에 합병 대상을 찾아 합병 절차를 진행하면 투자할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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