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내 2위 철강업체인 현대제철(004020)을 보는 국내외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우량 바로 아랫단계의 평가를 받지만 해외에서는 투기등급을 간신히 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외의 신용등급 평가방식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은 현대제철을 재계 2위 현대기아차그룹의 틀 안에서 바라보는 반면, 해외는 현대기아차그룹이라는 배경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국내외 신평사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은 무려 7단계나 차이가 난다. 현대제철의 국내 신용등급은 ‘AA’이나, 해외 신평사의 평가는 이보다 7단계 아래인 ‘BBB-’에 그치고 있다. BBB- 등급은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현대제철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더 내리겠다는 움직임까지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현대제철의 현재 신용등급인 ‘Baa3(BBB-급)’를 하향조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해외 신평사들이 현대제철을 이처럼 낮게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철강 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올 3월 기준 차입금은 11조891억원으로 지난해 말 10조3223억원보다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33.5%에서 올 3월 137.3%로 높아졌다. 대규모 투자와 고로 가동에 따른 운전자본 확대로 차입금 규모가 대폭 늘었다.
이에 비해 철강 업체들은 전세계적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보다 44% 줄었다. 빚을 내 투자를 했으나 업황이 받쳐 주지 않아 부채 부담은 더 늘었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도 낮게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내 신평사들은 현대제철의 신용등급을 우량인 ‘AA’로 평가하고, 신용등급전망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의 이유도 아주 간단하다. 현대제철이 철강 2위 업체로 시장 경쟁력을 갖췄고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계열로 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대자동차와 내부 거래만 확대해도 사업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게 국내 신평사들의 판단이다.
결국 피평가 회사만 따로 떼놓고 보는 해외와 국내 재계의 현실을 감안해 통으로 보는 국내 신평사의 인식 차이가 무려 7단계에 달하는 등급 차이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 사이에서도 해외 신평사들의 기준을 따라 독자 신용등급을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이전 LIG그룹이 건설 계열사를 나몰라라 하고, 웅진그룹 마저 공중분해되자 독자 신용등급 도입이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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