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녹십자(006280)가 일동제약(000230)의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녹십자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이다"라고 하지만 그동안 녹십자가 제약사 인수를 추진했던 행보를 감안하면 M&A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녹십자는 28일 장내매매를 통해 일동제약 주식 207만6880주를 매수, 지분율 8.28%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취득단가는 주당 7550원으로 총 157억원을 투입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녹십자생명이 보유한 일동제약 주식을 그대로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10월 녹십자생명의 보유주식 89% 전량을 현대차그룹에 매각했다. 또 녹십자생명은 일동제약 주식 194만2020주(7.75%)를 보유(작년 3분기기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5대주주로 올라섰다. 일동제약은 오너인 윤원영 회장 등이 27.73%를 보유중이며 이호찬외 4인이 11.73%, 피델리티가 9.99%, 안희태외 5인이 9.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녹십자의 일동제약의 인수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제약업체의 인수를 시도했다던 경험이 근거다.
2010년에는 삼천리제약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동아제약에 고배를 든 적이 있다. 이후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인수를 타진했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십자의 경우 제품 파이프라인이 백신과 같은 바이오의약품이 주로 포진돼있다. 일동제약과 같은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제약사를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더욱이 녹십자는 지난 2010년 신종플루 백신을 판매하면서 상당한 자금을 축적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0년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1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동제약의 지분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도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인 윤원영 회장의 보유지분은 6.42%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우호지분은 27.73%이지만 이중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이 5.47%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중인 환인제약이나 개인투자자들과 연대세력을 구축하면 일동제약 인수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일동제약의 시가총액은 18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녹십자 측은 일동제약 지분 인수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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