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기자] 현대오일뱅크 지분매각 문제가 3라운드에 돌입하면서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현대중공업(009540)은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레이트의 투자회사 IPIC가 보유한 주식 지분 70%를 전량매입하겠다"고 밝혔다.
IPIC가 현대중공업 등 구 현대계열 주주들과 체결한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IPIC가 소유한 현대오일뱅크 주식 전량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반면 IPIC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 싱가포르 ICC산하 국제중재 재판소의 판결 결과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매수청구권 어디까지
현대중공업은 법정대응까지 마다하지 않고 현대오일뱅크 인수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로 지분 19.87%를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IPIC의 지분에 대해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IPIC의 지분매각이 `브레이크`가 걸린 것을 두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엇갈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주간에 비밀조항 단서가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공개매각을 진행하기 전에 현대중공업의 인수의사를 먼저 타진했어야 뒷탈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IPIC는 지난해 5월 투자차익을 일부 회수하기 위해 지분을 팔겠다고 공식 선언, 모건스탠리를 통해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최종인수대상자를 선정한 뒤 현대중공업의 동의를 얻어 지분 50%와 경영권을 넘긴다는 방침을 세웠고, GS칼텍스 롯데 STX 코노코필립스 등으로부터 최종입찰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말 IPIC가 우선매수권을 무시하고 매각을 진행한다며 공식 항의했고, 지난주에는 강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GS칼텍스 등을 대상으로 주식매수가처분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IPIC가 주식매각과 관련 법적분쟁(legal dispute)중인 상황에서는 주식 양수도가 금지돼 있는데, GS측이 매수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측의 주장이다.
◇가격도 문제
역시 가격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생각하는 우선매수권 행사 가격과 공개입찰했을 경우 매각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IPIC는 지난 1999년 6127억원(5억달러)을 투자해 당시 현대정유 지분 50%를 확보한 뒤 2006년에는 콜 옵션을 행사해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던 지분 20%를 주당 4500원에 추가로 인수했다.
현재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주당가격은 9000~1만2000원 정도. 50%의 지분만 인수하는데도 1조1000억~1조5000억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면 2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프리미엄이 보통 20%내외인 반면 IPIC가 60%가량 요구하면서 `50%+경영권` 가격이 치솟아 양측의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IPIC와 현대중공업측이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지 않는한 현대오일뱅크 매각은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중재 재판소에서 양측의 시비가 가려지기까지 몇년이 걸릴 수 있다.
또 지분 매입에 참여했던 국내외 기업들조차 IPIC가 현대중공업과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 매각작업을 진행한데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어서, 업계에서는 지분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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