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인 저자는 삶과 죽음을 갈랐던 이 단어가 오늘날 ‘짱깨, 페미, 맘충, 틀딱, 급식충, 영포티’로 부활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언어가 세계를 비추는 거울일 뿐 아니라 세계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틀 자체라는 것이다. 어어는 현실을 기록하고 규정하는 동시에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결정한다.
예컨대 처음에는 학벌사회에 대한 농담으로 출발했던 ‘인서울’이라는 은어는 맥락과 내용이 잊히고 한국인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단어로 읽히며 도시·정책·교육의 지리를 바꿔놓고 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책은 “말이 사람을 통과해 세계가 되고, 세계가 다시 사람을 통과해 말이 되는 순환의 회로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도 끊임없이 변화한다”며 “우리가 가진 언어를 바꾼다면 우리의 세계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전 밖 세계를 지향한다. 그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본 적이 있느냐”며 한국어를 처음 가르칠 때의 감각을 “난파당하다”는 말로 설명한다. 그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생경한 것이 갑자기 낯선 모습을 드러내는데 익숙한 세계 밖 낯선 세계의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책은 묻는다. ‘당신이 지금 어떤 언어의 틀 안에서 세계를 보고 있느냐’고. 자신이 쓰는 말이 어떤 세계를 ‘가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차단’하는지 질문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