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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ASML 투자 대학에도 불똥…“中학생 너무 많아”

김윤지 기자I 2024.07.16 11:18:27

아인트호벤 공대 총장 "美대사 지적 받아"
동맹국美 ·수출국中 사이에 낀 네덜란드
반도체 등 민감 프로그램에 中학생 참여 제한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의 ‘인재 공급원’ 역할을 하는 아인트호벤 공과대학이 미중 기술 전쟁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ASML 로고(사진=AFP)
로버트-얀 스미츠 아인트호벤 공대 총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셰팔리 라즈단 두갈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가 왜 그렇게 중국 학생이 많은지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우리는 중국 학생들을 조심하라는 압박을 받지만 정작 중국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을 위한 모든 종류의 비자를 내주는 곳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반도체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동맹국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에서 네덜란드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다. 올해 네덜란드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대중 수출 제한 목록에 ASML의 침지형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기계를 추가했다.

ASML은 그동안 인재 확보 차원에서 아인트호벤 공대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아인트호벤 공대의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클린룸(공정실습실) 개선을 위해 약 8000만유로(약 1207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스미츠 총장은 정부 및 보안기관과 협력해 외국인 교수를 선별하고 교수진의 중국 방문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 측은 중국 학생 수를 공개할 수 없으나 재학생 4명 중 1명은 해외 국적자라고 밝혔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과 함께 산업 스파이 활동도 우려의 대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ASML은 중국 법인의 전 직원이 제품 관련 기밀 정보를 빼낸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네덜란드 종합정보보안국(AIVD)은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네덜란드 경제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와 국방 등 민감한 기술 분야를 다루는 대학 프로그램에 대한 중국 학생 참여 금지 법안의 초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법안은 아직 표결에 부치지 않았으나 민감한 주제를 연구할 중국 학생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아인트호벤 공대 교수를 인용해 최근 일부 중국 학생들이 정부의 제한 조치로 회사에서 일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미츠 총장은 “우리는 우리의 최고 수준의 민감한 기술에 누구에게 접근을 제공할지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램리서치·일본 도쿄일렉트론과 함께 글로벌 4대 반도체 첨단 장비업체 중 하나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적으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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