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비중 10년래 최고…한은 "민간 사모펀드 통한 채무조정 활성화해야"

최정희 기자I 2022.06.14 12:00:00

한은, 기업 채무조정 제도 개선 관련 BOK이슈노트 발간
한계기업 비중, OECD 평균보다 높아
코로나19 지원 조치 정상화시 한계기업 속출 우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지원책이 종료될 경우 도산하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채무조정 제도를 정비하라는 국제기구의 권고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민간 사모펀드를 통한 부실기업의 채무조정과 회생 방안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혜리 한은 IT리스크총괄팀 과장은 14일 한은이 발간한 ‘기업 채무조정제도 개선에 관한 글로벌 논의 및 시사점’ 관련 BOK이슈노트에서 “우리나라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2년 신용카드 사태 때와 달리 기업 파산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충격이 큰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현재화되면서 부실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법인 및 개인 파산을 기준으로 보면 작년말에는 전년 대비 2.8% 감소한 반면 2020년 외부감사 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15.3%로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한계기업 비중은 18.9%로 OECD 평균(13.4%)보다 5.5%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출처: 한국은행
그나마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은 터라 효율적이고 다양한 기업 채무조정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채무자가 기한 내에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제적 파산, 즉 채무불이행(디폴트, default) 상태를 도산이라고 하는데 도산의 경우 청산, 파산처럼 법원에서 다뤄지는 절차가 있고 법원 외에서 자율협약, 워크아웃, 회생 등으로 처리되는 ‘채무 조정’이 있다. 채무조정은 상환기일 연장, 원리금 감면, 출자 전환 등 채무 사항을 변경하는 제도로 회생가치가 높은 기업을 해체하기보다 가능한 존속시켜 경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기초한 강화된 워크아웃(채권자 75% 동의시 채무조정 의결)이 작동하고 회생 및 파산 전문 법원이 운영되고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사전제출하는 ‘혼합형 워크아웃’, 중소기업을 위한 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등이 운영되고 있다.

정 과장은 “우리나라 채무조정 제도에 대한 우호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채무조정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채권은행이 채무조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으므로 사모펀드를 통해 채권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기업을 매입해 채무조정, 신규자금 투입, 사업 구조조정 등 채무 조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구조조정 수요에 대비하고자 4조2000억원(작년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했지만 장기적으론 민간주도의 사모펀드를 통해 채무 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또 “채권은행이 구조조정채권을 매각하고 기업가치가 높아질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업재무 안정 사모집한투자기구에 투자하는 민간투자자에 대한 소득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주도의 채무조정 활성화를 위해선 건실한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해당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 보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 과장은 “채무자 기업에 대한 실질적이고 정교한 신용평가를 통해 종래 재무상태가 건실한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것인지, 가까운 장래에 수익 창출이 예상되는지, 조정된 채무를 성실히 상환하는지 등을 수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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