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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28일 발표한 ‘외화자산의 ESG 운용에 대한 기본방향 및 향후 계획 발표’ 내용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위탁 혹은 직접 투자 방식을 통해 보유한 ESG 관련 주식, 채권 투자액 규모는 7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해 말부터 외화자산 운용 목표인 안전성, 유동성, 수익성 요건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ESG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주식 부문에서는 ESG 투자는 위기시 하방 위험이 제한되며, 글로벌 ESG 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지난해 말 10억8000만달러에서 올해 6월 말 12억2000만달러 수준까지 위탁운용 자산 투자 규모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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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부문에서는 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 등 ESG 채권 발행액이 2015년 647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6987억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한 시장확대 추세에 맞춰 위탁운용 뿐만 아니라 직접 매입하는 투자액도 늘렸다. 직접 매입한 채권 규모는 34억9000만달러에서 46억7000만달러로, 위탁 매입한 채권 규모는 8억9000만달러에서 12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총 59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한은은 향후 2~3년 내에 자체적인 ESG 투자 기준을 세우고 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 제외한 운용 외화자산 전체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연말 기준 외환보유액 구성 내역만 공개하고 있어 현재 시점의 정확한 외화자산 내역은 알 수 없지만 지난해말 기준 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을 제외한 한은의 운용 외화자산은 4301억달러(약 508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달 초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수치 상으로 우리나라의 총 외환보유액 규모는 4639억3000만달러로, 세 가지를 제외하면 약 4393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은은 43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운용 외화자산액에 단기간 ESG 투자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ESG 상품에 투자하는 현행 단계 수준에서 점차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점진적 확대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ESG 채권, 주식 투자비중을 확대해가면서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ESG 투자전략 중 하나인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적용할 계획이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이란, 술·담배·도박·무기 등 일부 죄악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산업, 기업 등까지 배제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위탁자산에서 네거티브 스크리닝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를 시범 운용하고 위탁운용사 선정시 ESG 시행 우수 기관에 가산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ESG 채권은 직접·위탁자산 운용기준 인덱스에 편입된 그린본드,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 등을 꾸준히 매입할 계획이다.
끝으로 한은은 글로벌 표준으로 통용되는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등 검증된 ESG 인덱스를 활용해 오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체의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각에서 ESG 관련 자산 확대에 따른 유동성 저하, 수익률 악영향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은은 이런 걱정을 일축했다. ESG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은 규제우위, 소비자 선택, 경영 효율성, 투자 증가 등으로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ESG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경우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관련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여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MSCI 월드 인덱스 모지수와 네거티브 스크리닝이 적용된 지수를 비교해 보면 수익률이 각각 14.7%, 14.3%로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글로벌 ESG 관련 투자 규모 역시 2012년 13조달러 수준에서 2025년 약 53조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 또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