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여러 의혹들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조사를 마지막으로 조만간 분식회계 의혹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신의 경영승계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물론, 관련 증거인멸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재판은 항소심에 돌입해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 심리로 3차 공판까지 진행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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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의 전제가 되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 관련 기소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검찰과 삼성 양측은 증거인멸 혐의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3차 공판에서는 삼성바이오 보안 담당 팀장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재경 담당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실제 삼성바이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형법상 증거 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경우 성립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TF의 지시가 있었다면 증거 인멸죄가 되지만,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방어권 행사가 된다.
검찰은 “그룹 컨트롤타워가 감리 결과 문제가 되니 계열사를 불러모은 회의에서 관련 자료를 정리하자고 결정해 그 지시가 이행된 전형적인 간접 순차 교사 사건이 실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 측은 “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증거 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관련 자료 삭제는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맞섰다.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 이후 분식회계 의혹 사건 관련자 기소 여부는 증거인멸 사건 항소심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바 있는 1심 재판부는 증거인멸 자체를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향후 분식회계 수사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인멸 대상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등 사건에 대한 판단과 관련 없이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생각”이라면서도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 수 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직접 실행한 혐의로 삼성 임직원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인 김모·박모 부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서모 상무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이모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삼성바이오 대리 안모(34)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