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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국내 여행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중 관계가 복원되고 있음에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충격에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여행수지 적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여행수지, ‘사상 최대’ 적자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1월 여행수지는 21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많은 적자다. 직전 최대 적자가 지난 2017년 7월(17억9000만달러)이었는데, 6개월 만에 이를 다시 깬 것이다.
이는 해외 출국자 수가 기조적으로 크게 늘고 있는 반면 국내 입국자 수는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1월 해외 출국자 수는 286만7000명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 22.4%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다.
이정용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과장은 “출국자 수 증가율은 최근 계속 두 자리수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있어 해외여행이 자연스러워졌을 뿐 아니라 저가항공사가 생기고 온라인을 통한 호텔예약도 쉬워지는 등 접근성도 좋아졌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해외여행을 늘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입국자 수(95만6000명)는 오히려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21.7% 줄어든 수치다. 전달에 비해서도 15.7% 감소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예상보다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말께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일부 허용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생각보다 회복세가 약했던 것이다.
한은은 중국의 한국행 관광 허용 의지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말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일부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전면허용까지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대 상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11월 말 이후 중국 현지에서 한국행 단체관광 홍보가 과열되는 양상이 있자 한 달이 채 못 지난 12월 20일에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다시 금지했다”며 “12월 28~29일에 재금지조치를 풀고 다시 허용하긴 했지만, 중국 여행사의 한국 관광 홍보는 눈에 띄게 부진해졌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한국관광을 허용하면서도 실은 이를 탐탁지 않아 한다고 중국 여행업계가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中에 휘둘린 여행업…“체질 개선해야”
실제 중국인 관광객 감소율은 6개월 만에 확대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 급감했다. 3월 40.0%가 줄었고, 그해 7월 -69.3%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에는 감소 폭이 줄기 시작했다. 8~12월 사이 중국인 관광객 감소율은 -61.2→ -56.1→ -49.3→ -42.1→ -37.9%로 꾸준히 줄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46.0%로 6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2월 흐름도 1월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행수지는 중국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다. 1월 중국 이외의 주요국 외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늘었다. 일본인과 미국인 관광객은 각각 7.9%, 4.7% 늘었다. 유럽 관광객은 1.4%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워낙 커서 이들이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가 전체 관광객 수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의존적 여행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구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껏 우리 여행산업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너무 치우쳐 있었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국에 와서 즐길 수 있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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