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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보낼 수 있다는 유물 가운데 100여 점을 선정해 그 유물 목록을 중국에 보냈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가장 걱정했던 유물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화교 L씨 소개로 만난 중국 중앙 정부 담당자들도 학자 출신으로 신뢰가 가는 인물들이었다.
자금을 투자하기로 한 두 분들도 유물 목록에 대 만족이었다. 그 중 한 분이 삼국지연의 최후의 승자인 조조의 유물을 확인한 후 일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 나도 조조에 대한 유물을 눈으로 본 적이 없다. 촉나라, 오나라 유적에 비해 특별히 알려진 유물이 없다는 사실이 특이할 정도다. 그래서 나는 자금이 준비되는 기간까지 20여일이 여유가 있어 조조를 만나러 중국 안휘성으로 날아갔다. 며칠 자리를 비워야 할 처지! 임대 신청한 코엑스에서 임대료를 언제까지 낼 수 있냐고 전화가 빗발쳐중국에 갔다는 핑계를 대고 자금이 투입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코엑스에서도 그 공간을 처음 임대하는 곳이어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다.
조조(155년~220년)! 그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주인공은 누구인가? 나는 한명을 꼽으라면 조조를 꼽고 싶다. 그 다음은 제갈 공명, 다음은 관우 순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신라왕자 김교각 스님이 등신불이 된 후 지금까지 ‘지장왕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구화산과 황산이 있는 안휘성 호주시 출신으로 문무를 겸비한 불세출의 정치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관우를 수술한 신의 화타의 고향이기도 한 호주시는 예로부터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모태주(마오타이), 우량액, 죽엽청주 등 중국 8대 명주에 속하는 고정공주(古井貢酒)가 바로 이 곳 술이다.
화교 L씨와 나는 호주시에 이어 남경에 들러 남경역사박물관, 섬서성 서안역사박물관 등을 방문한 후 헤어져 나는 서울로 돌아왔고 L씨는 북경으로 갔다. 여행 중 자금이 준비됐다는 희소식을 듣고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것이다.
귀국하자마자 우선 코엑스에 임대료를 납입한 후 법인을 설립했다. 전시장 관리, 운영할 팀과 홍보를 전담할 팀을 구성했다. 방송국 출신 홍보팀을 구성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준비 자금이 예상대로 투입돼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정보를 입수해 삼국지 전시회 사업을 시작한지 3개월, 전시회 개막일 3개월 전인 2002년 9월 말 북경에 있는 화교 L씨가 한밤중에 숨넘어가는 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저런 이유가 많았지만 결론은 ‘삼국지 유물을 한국에 보낼 수 없다’는 중국 중앙 정부 방침이 정해 졌다는 것이다. 눈앞이 노래졌다. 이번만은 틀림없으리라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지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겪었던 중국 사업이 다 그랬지만 중국 사업은 일이 얼그러지고 나면 그 것으로 끝이다. ‘물을 수도 따질 수도 없는 이상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동안 들인 경비가 얼마인가? 그동안 나 하나 믿고 투자해 주신 분들, 특히 두 분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시점인데 일이 망친 것이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다짐하고 또 확인하고 다짐한 일인데 이렇게 되고 말았다.
여기서 중국의 화교에 대해 잠깐 살펴보고 넘어가자. 우리나라는 대표적으로 화교가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나라다. 그렇기에 화교가 중국 중앙 정부나 전국 23개 성시(省市)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힘들다. 전 세계 화교 1800만 명 가운데 90%이 이상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금융, 유통, 자원 등 분야에서 거의 독점적인 상권을 확보하고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는 한국 사업가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삼국지 전시회 사업은 망쳤지만 나는 유능한 화교를 만났다. 어느 자리에서도 당당하고 멋지게 통역과 비즈니스를 마무리한 거의 수재급 화교였다. 4년 뒤 화교 L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호 애재라! <다음회에 계속>
중국전문가·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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