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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의 조부인 장하구 전 종로서적 회장은 23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9세.
함경남도 마전 출신인 장하구 전 회장은 서울대 철학과,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신학과를 거쳐 1963년 동생과 종로서적을 인수했다.
1970년대 당시 종로서적은 국내 유일 대형 서점이자 종로의 명물로 자리매김한다. ‘종로서적은’ 대한민국의 서점 중에서 가장 역사가 긴 서점이며, 도서정가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서점이다.
종로서적은 1993년에는 동숭동에 ‘종로서적 마로니에점’을 개점했고, 1997년 5월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인터넷 서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종로서적은 성장을 거듭해 연 매출 100억 원이 넘는 기업으로 발전한다. 종로서적은 이 시기에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해 전국 대형서점 설립의 주역이 된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도 창업 당시 종로서적 출신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주변 서적들과의 경쟁으로 경영난을 겪고,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 1년 가까이 지속된 노사분규가 매출 부진으로 이어져 2002년 6월 4일 부도처리됐다.
이후 출판인과 과거 종로서적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관심과 후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종로서적 법인을 설립했으며, 새로운 종로서적은 2016년 12월 23일에 종로타워에 있었던 반디앤루니스 자리에 개점했다.
고인 장하구 회장은 종로서적 경영 당시 출판에 대한 사명감도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서적 출판부는 80년대 초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완상 교수의 ‘민중사회학’ ‘민중과 사회’를 출간했다. 또한 현대철학 시리즈나 한글 맞춤법 시리즈, 키에르케고르 전집 등 당시 꼭 필요한 책의 출간에 적극 투자했다. 우리말 쓰기 전문가인 이오덕 선생, 동화작가 권정생 등 새로운 필자 발굴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장하구 회장의 경영방식은 특별했다고 전해진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운전을 했고, 매일 아침 서점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한 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사람 중 정말 돈 없어 고생하는 고학생임이 밝혀지면 필요한 책을 보내주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한편 장하구 전 종로서적 회장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오전 7시 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