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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줌인]"MS에 다시 혁신을!"..돌아온 '올드보이' 게이츠

이정훈 기자I 2014.02.05 14:45:04

이사회 의장직 내려놓고 기술고문으로 현업 복귀
새 먹을거리 찾기 선봉..나델라 CEO 바람막이說도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이정훈 기자] 미국 정보기술(IT)업계의 ‘올드보이(old boy)’ 빌 게이츠(58·사진)가 5년8개월만에 현업에 복귀한다.

19세에 하버드대학을 중퇴한 뒤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13년만에 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로 키워낸 IT업계의 전설 게이츠가 다시 돌아와 모바일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MS가 IT업계 강자 자리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S는 4일(현지시간) 스티브 발머 현 CEO를 이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사티아 나델라(47·사진) 수석 부사장을 지명했다. 또한 게이츠 공동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직을 존 톰슨(64) 수석 사외이사에게 넘기고 이사회 이사로만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게이츠는 33년간 재직해온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창립자 겸 기술 고문’이라는 새 직책을 맡게 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게이츠 창업주는 이사회 의장에서 평(平)이사로 내려 앉은 것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이사직과 함께 기술고문직도 맡아 사실상 MS의 현업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MS도 게이츠의 역할 변화를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선 것(a step up)’이라고 표현했다.

게이츠 창업주는 앞으로 나델라 신임 CEO를 보좌하면서 제품과 기술 개발 업무에 조언할 계획이다. 이날 게이츠도 온라인에 게재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나델라 CEO가 MS에 더 많이 관여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앞으로 여유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MS에서 일하는 시간에 할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게이츠의 행보는 지난 2000년 대학 동창 스티브 발머에게 CEO직을 넘기면서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자(Chief Software Architect)라는 새 직책을 맡았던 때와 유사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전임 임원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업무를 주로 보면서 ‘파트타임 임원’으로 일하게 됐다는 점이다.

게이츠 창업주의 이번 부분 복귀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델라 CEO가 단기적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회사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 ‘바람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나델라 CEO는 대주주였던 전임 발머 CEO에 비해 이사회나 주주들에 대한 영향력이 낮다.

아울러 전세계 IT업계에서 주도권을 다시 잡느냐 영원히 놓치느냐 하는 기로에 놓인 MS 현실을 감안할 때 게이츠가 앞으로 10~20년간 MS를 먹여살릴 신제품과 신기술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떠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이츠 창업주 역시 이날 메시지에서 “오랜 혁신의 역사를 가진 MS가 개인용 컴퓨터(PC)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산업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더 혁신해야 하며 신임 CEO와 함께 새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일은 재미있을 것 같다”며 진지한 고민과 들뜬 마음을 동시에 표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게이츠 창업주와 나델라 CEO간에 이견이 생길 경우 회사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이날 차기 CEO로 지명된 나델라 CEO는 발머 전 CEO에 비해 조용한 성격이지만 컴퓨터 과학자로서 사내에서 신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CEO로서 애플이나 구글 등 경쟁사보다 뒤처진 분야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지난해 인수한 노키아 모바일 기기 사업부를 매끄럽게 통합해야 하는 중책도 떠맡게 됐다. 또한 그는 모바일 기기와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성장 시장에서 MS의 위상을 다시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나델라 CEO는 이날 전세계 MS 임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 산업은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 오직 혁신을 존중할 뿐”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MS가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인 세상에서 번영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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