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피치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는 전혀 다른 서비스와 요금 정책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모든 기내 서비스를 유료로 하는 대신 국내 LCC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값싼 운임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평소 질 높은 서비스에 익숙해 있는 한국 사람들이 편견 없이 피치항공을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내 LCC보다 저렴한 운임을 기대한 알뜰 여행객에게는 피치항공의 초저가 가격 전략이 제대로 적중했다. 현재 피치항공이 운항하는 인천~오사카 노선은 평균 70% 이상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피치항공 한국 총괄책임자인 김우걸(사진) 이사는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점차 LCC에 대한 승객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군살 서비스를 줄인 피치항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치항공은 일본 전일본공수(ANA)와 사모펀드 등이 만든 일본 국적의 첫 LCC다. 지난해 5월 인천~오사카 노선에 첫 취항하며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이 노선을 증편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김 이사는 피치항공이 기존 항공사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일본 정부의 지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일본 정부는 자국 LCC가 출범하기 전부터 항공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터미널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CC 전용터미널은 다른 공항보다 이용료가 저렴해 LCC가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피치항공은 오사카 간사이공항 제 2터미널에 이착륙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LCC 전용 공항시설 하나 없어 공항료가 비싼 인천과 김포공항 등을 이용하는 국내 LCC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 이사는 “각 항공사마다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야 하지만 정부도 LCC에 각종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치항공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함에 따라 오는 9월 13일부터 부산~오사카 노선을 신규 취항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한국 항공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부산은 관광 수요도 높고 한국 제2의 대도시인 만큼 앞으로 여객 수요를 보고 증편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운임과 일본 특유의 섬세한 서비스로 유럽을 대표하는 라이언에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LCC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