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회사들에게 기금 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전병헌 민주당 의원실과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 등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파견 청와대 박모 행정관은 지난 8월초 KT와 SK텔레콤, LG데이콤 등 통신 3사 관계자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그리고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 코디마) 관계자들을 불러 청와대 연풍문에서 함께 한 회의를 개최했다.
전병헌 의원실은 이와 관련, 이 자리에서 박모 행정관이 통신 3사에 코디마에 대한 거액의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고 국정감사에서 폭로했다. KT와 SK텔레콤 각각 100억원, LG데이콤에 50억원을 요구했다는 게 골자.
코디마는 지난해 10월 IPTV 활성화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협의체로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됐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전파진흥협회 등 여타 비영리법인 역시 기금을 조성해 운영되므로 기금 조성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 그것도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나섰다는 것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걸고 출범한 현 정부가 거꾸로 예전 권위주의 정부 시절처럼 민간기업의 팔을 비트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
또 코디마 회장인 김인규씨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로 활동했고, 현재 KBS 차기 사장, 방통위장으로 거론될 정도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청와대의 조직적 요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김인규씨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를 만들어서 비슷한 규모 협회보다 이제까지 무려 3배가 넘는 회비를 걷고 그 중에서 90%이상을 억대연봉의 인건비와 판공비 등으로 사용해왔다"며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서 청와대쪽과 협력해서 청와대를 통해 통신3사에게 수백억의 기부를 하라고 압력을 넣는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청와대측은 회의 개최 사실과 요구 사실에 더해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금 조성이 업계의 관행으로서 위법성이나 불법성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회원사들 간에 기금을 거두는 것은 지금까지 일종의 관행이었고 이 부분도 IPTV 통신 3사 포함해 회원사들이 자발적으로 기금 모금 결의가 이뤄진 사안으로 알고 있다"며 "박모 행정관은 지난해 5월 청와대로 파견오면서 본인이 기왕에 해 오던 업무이고, 약속됐던 기금의 모금 상황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을 보고는 독려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지금까지 판단하기로는 이 부분에 있어 불법성이나 위법성은 없었다"며 다만 "청와대 행정관이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서 독려한 것이 적절했느냐 여부에 대한 판단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적정했는지, 오해의 소지는 없었는지, 여러 가지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 3사는 해당 요구를 받고, KT와 SK측은 내부적으로 출연 방침을 정했지만 LG측이 난색을 표명해 최종 결정은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꺼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