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기자] G20 회의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실질적인 첫 외교 시험대가 될 전망이지만, 예전같지 않은 미국의 위상으로 인해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인물이지만 G20 회의에서는 분노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주범으로서의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를 개인적으로 손가락질할 이유는 없지만 미국이 자기규제가 가능했던 시장 신뢰를 저버리면서 자본주의를 전파한 복음주의 관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1일) 러시아, 중국과 3자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FT는 과거 브레튼 우즈 체제나 금본위제 폐기 당시의 미국의 위상과 달리, 오바마는 오직 설득을 통해서만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설사 성공하더라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의 좁아든 정치적 입지를 여실히 깨닫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오바마가 G20 회의에서 4가지의 성과물을 바라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고 평가했다.
먼저 상호 협조적인 경기부양 추진은 일찌감치 난관에 부딪혔고, 오바마 스스로 목소리를 낮춘 상태다.
국제 금융규제 공조는 유럽과 어느 정도 입을 맞춘 상태지만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실수가 위기를 불렀다는 인식이 큰 만큼 미국이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민간금융 섹터에서 과시했던 소위 `온화한 권력` 역시 손상된 지 오래됐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재편성과 보호주의 배격을 주장하고 있지만 둘 모두 이미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더 이상 새계은행의 의장국으로서의 입지를 독점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유럽 역시 이사회 지위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유럽의 지지를 얻어내기 쉽지 않은 상태다. IMF 재원을 기존의 세배인 7500억달러로 증액하는 것 역시 유럽의 반대에 부딪혀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워 보인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역시 오바마가 G20 의제 설정에 있어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NYT는 오바마가 여전히 논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일부 내비쳤다. 미국 의존도가 큰 아시아나 일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미국 경제 반등을 희망하는 만큼 여전히 오바마의 부양지출을 옹호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