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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문영재 기자I 2006.03.21 18:18:12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오히려 탈세를 안하는 사람들이 바보취급 당한다. 세금도 점점 늘어가는 판국에 서민들만 죽어난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지금까지 정말 세무당국에서 몰랐을까"

"우리나라에서 100% 투명하게 다 신고하고 장사하면 정말 남는게 없을거다. 그런 사실 아는 사람 다 안다"

지난 20일 국세청의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1차 표본세무조사 결과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들의 세금 탈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비분강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티즌은 수백건의 의견을 국세청 홈페이지 등에 올리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연간 소득의 절반이상인 57%를 신고하지 않고 탈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무조사가 아니었다면 끝내 이들 주머니에 그대로 쌓였을 돈입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사우나 사장의 경우 2년동안 27억원을 벌고 고작 1억2000만원만 벌었다고 신고해 충격은 더했습니다. 더욱 기막힌 일은 이들이 세금을 빼돌려 부동산등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한 결과 최근 10년새 총자산이 1조원 이상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부동산 가치상승에 따른 재산증가분(공시지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수천억원 재산이증가한 셈이니 부(富)의 양극화 조장하고 있는 거죠. 대다수의 봉급생활자와 저소득층에선 분노가 치미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가 세금탈루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된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세금탈루가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표본조사 대상이 422명에 불과하고 이들의 소득탈루를 일반적인 자영업자나 고소득 자영업자 전체의 평균 소득탈루로 간주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탈세가 가장 심각한 유형으로 지목된 기업형 자영업자의 경우 연간 8억1000만원의 소득을 벌어 2억1000만원만 신고하고 6억원을 탈루, 소득탈루율이 74%에 달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어떻게 70%가 넘는 소득탈루가 일어날 수 있었는지.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가 이지경이 되도록 그동안 국세청은 뭐했느냐고 따져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의사·변호사·세무사,·회계사,·건축사 등 전문직 172명이 연간 평균 4억2000만원을 벌어 1억8000만원을 탈루했다는 부분입니다. 이들 전문직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가려 최악질 혐의는 면했지만 40% 이상의 탈루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이들의 세원노출이 그만큼 안됐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세금문제와 관련,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리있는 얘기입니다. 다만 국민들에게 책임을 돌리기전에 국세청으로서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전문직·자영업자들의 탈세를 막을 수 있도록 세무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탈세는 반복되고 있고 이들 사이에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자료 거래와 현금거래를 이용한 음성적 거래 등 사각지대도 여전합니다.

결국 과세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 자영업자의 과세 정상화에 대한 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됩니다. 소득파악률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금융거래정보 등 각종 거래 정보가 국세청 전산망과 연계되도록 법·제도의 정비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탈세는 세수부족 초래를 넘어 조세 형평성을 해치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이때문에 어떤 이유로도 탈세를 방치해선 안됩니다.

국세청은 표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2차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대표적인 직종·분야 2~3개씩 선정, 분기별로 전문직·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잦은 조사도 좋지만 한번 조사에 들어가면 탈세의 뿌리를 뽑는다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세무조사는 성실납세를 담보하기 위해 취해지는 `최후의 보루`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국세청은 지금보다 10배 더 매진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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