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밀맥주는 PB상품이 아닌 ‘세븐브로이X대한제분’ 콜라보 제품입니다.”
요즘 세븐브로이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화면부터 이와 같은 메시지가 담긴 팝업창이 뜬다. 많은 소비자들이 요즘 핫한 품절템(품절 상품) ‘곰표 밀맥주’를 편의점 CU에서 출시한 PB(자체 브랜드)상품으로 오인함에 따른 ‘반격 카드’다.
이 메시지는 일반 대중뿐 아니라 CU도 똑똑히 보라고 겨냥한 ‘뼈가 있는’ 말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이어지는 안내문에 “곰표 캔맥주는 현재 CU 이외에 농협하나로마트, 롯데마트, 롯데슈퍼,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에 납품되고 있다”고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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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처음 세상의 빛을 본 ‘곰표 밀맥주’는 올해로 69년 전통의 소맥분 제조사 ‘대한제분’과 강원 횡성 및 경기 양평에 양조장을 둔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가 손잡고 출시한 콜래보레이션 상품이다.
대한제분은 자사 상표이자 브랜드인 ‘곰표’를 제공하고, 세븐브로이는 실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했다. 곰표 밀맥주 기획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은 오로지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양사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으로 이뤄졌다.
곰표 밀맥주가 대박을 치며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부치자, 올 3월부터 개정 적용한 주세법에 따라 롯데칠성음료 충주 맥주1공장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며 생산량을 늘렸다. 롯데칠성음료도 곰표 맥주 협업 상품에 직접 참여했다기보다, 여유가 있는 맥주 생산 라인 일부를 내어주고 OEM만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러한 곰표 밀맥주 탄생 과정에서 사실 CU의 역할은 없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추후 협의를 통해 편의점 중에서 단독으로 곰표 캔맥주를 판매할 수 있는 유통 권한을 따내면서 참여한 것이다. 곰표 캔맥주는 편의점 이외 다양한 소매 채널에서 판매하고 있고, 업소용 곰표 병맥주와 생맥주도 공급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CU 독점 판매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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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는 편의점 내·외부 곳곳에 곰표 맥주 피오피(POP·상점 내 패널 광고)를 설치하거나 아예 매장 입구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용 매대를 놓기도 했다. 또 여전히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전통 강호인 카스·테라·하이네켄 등을 제치고 CU 맥주 부문 매출 1위에 등극했다는 등 관련 실적 보도자료를 적극 배포했다.
계속되는 CU의 언론플레이와 소비자들의 오인으로 ‘재주는 곰표가 부리고 재미는 CU가 보는’ 상황이 되자, 세븐브로이는 실제 곰표 밀맥주를 만들고서도 인지도는 밀리는 상황을 두고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예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두 번째 협업을 통해 이달 말 새롭게 선보이는 곰표 맥주 2탄 ‘곰표 썸머에일’ 콜래보 제품을 CU뿐 아니라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다른 편의점에도 동시에 모두 판매하기로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곰표 맥주=CU’라는 잘못 각인된 공식을 깨뜨리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세븐브로이가 최근 곰표 맥주를 두고 굳이 ‘CU와 협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라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