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가 각종 예외조항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혁신도시 특별법)이 개정, 지난해 첫 적용한 대전·충남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대규모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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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특별법 개정, 작년 대전·충남서 지역인재 의무채용 첫 적용
국회, 국토교통부,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국회는 2019년 10월 혁신도시 특별법을 개정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5월 27일부터 혁신도시 특별법과 시행령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그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만 적용됐던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를 법 제정·시행 전에 이전한 공공기관 등으로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이전한 모든 공공기관은 이전한 지역의 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 채용해야 합니다.
대전의 경우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으로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은 국가철도공단, 국방과학연구소,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코레일테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조폐공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철도공사, 한국특허정보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17곳입니다. 또 세종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20곳, 충남은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3곳, 충북은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등 11곳 등 충청권의 51개 공공기관이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여기에 세종시와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의 광역화에 합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 소재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출신 학교와 상관없이 이들 51개 기관에 모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의무채용 비율은 기존 31개 공공기관은 지난해 24%, 올해 27%, 2022년 이후 30%를, 신규 20개 기관은 지난해 18%, 올해 21%, 내년 24%, 2023년 27%, 2024년 이후 30%가 의무적으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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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공공기관들,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절반 수준에 불과
2019년 국회에서 혁신도시 특별법이 개정되자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 고교와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지역주민들은 일제히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에 큰 감사와 함께 환영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심각한 취업난을 고려하면 모두가 선망하는 공공기관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대폭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전과 충남은 20개의 공공기관이 있지만 그간 혁신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적용받지 못하는 전국에서 유일한 지역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고, 대전시와 충남도 등 충청권 지자체들은 51개 공공기관의 채용계획 인원이 35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18~24%인 1000여명의 지역인재들이 우선 채용의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시행한 대전에 있는 공공기관의 총 신규 채용 인원은 3359명이었습니다. 이 인원 중 의무채용 비율인 18%를 적용하면 모두 604명을 지역인재로 채용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국토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인원은 319명에 그쳤습니다. 의무채용 비율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혁신도시 특별법의 예외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에 미포함하는 예외 규정은 경력직과 연구직, 지역별 구분모집, 시험 결과 합격 하한선 미달 등 모두 5가지에 달합니다. 이 중 한 직렬을 5명 이하로 채용할 땐 지역인재 비율을 의무적으로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최악의 독소조항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특정 지역의 인원을 더 뽑거나 덜 뽑을 수도 없다”면서 “현행 법·제도에 따라 채용 규정을 준수하다 보니 실제 의무채용 비율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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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예외조항에 지역인재 의무채용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은 계속적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2022년부터는 매년 30% 이상의 인원을 지역인재로 채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혁신도시 특별법에 예외조항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경력직과 연구직, 지사별 부분 채용에 직렬별 5인 이하 채용까지 각종 예외조항으로 실제 지역인재 채용은 10명 중 1~2명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대전과 세종의 경우 공공기관들 상당수가 국책연구기관들로 구성돼 있어 지역인재를 뽑지 않아도 되는 연구직과 함께 5명 이하의 행정직 채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예외조항으로 몇몇 에서는 지역인재를 거의 채용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등의 공공기관은 전국 지사별 채용이 많아 지역인재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제는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를 적용받는 13개 시·도, 12개 혁신도시에서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지난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는 공공기관 지방대학 인재 채용 확대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어 민주당을 중심으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50%로 높이자는 내용의 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이 논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현재 대전시와 충남도 등 충청권 지자체들이 지역 정치권과 공조해 이러한 허점을 보완해 입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혁신도시가 있는 전국의 13개 시·도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제도 보완을 건의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국토부 등은 ‘혁신도시 특별법이 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개정은 좀 천천히 진행하자’는 의견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이 문제에 대한 쟁점화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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