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보다 BDA 부각… 전반전 北 페이스

한국일보 기자I 2006.12.19 20:23:47

`核·BDA 분리` 초반부터 벽에 부딪혀
美 "위폐 등 증거 확실" 반격 나설 듯

[한국일보 제공] 1년1개월간 6자 회담을 공전시킨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동결 문제를 놓고 19일 베이징에서 첫 실무 협상테이블에 앉은 북한과 미국은 치열한 샅바싸움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특히 북측은 BDA 문제를 전체 6자회담의 중심에 두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짠 정황이 뚜렷하다.

북한의 전략으로 초반 분위기는 북측 페이스다. 13개월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BDA 문제가 회담 전면에 부상했다. 핵 폐기 초기단계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접촉을 갖자는 미국의 제의를 연 이틀 내친데 이어 핵군축회담 불가피 발언 등으로 회담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행보는 일순간에 각국의 이목을 BDA 실무회의에 집중시켰다. "BDA 협상 진행결과를 보고 이야기 하자"는 북측의 무언의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북미가 BDA실무회의에서 진전을 거두길 희망한다"고 거든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북측은 6자 회담 재개와 동시에 BDA 실무회의를 열기로 한 당초 약속과 달리 금융 실무대표단을 하루 늦게 베이징에 도착 시키는 등 지연 작전도 적절히 구사했다. 이에 따라 6자 회담에서 BDA 문제를 분리시키고 핵 문제를 밀어붙이려 한 미국의 전략은 초장부터 벽에 부닥쳤다. 얕은 꾀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북측의 전략에 허를 찔린 셈이다.

물론 본 라운드에서도 미국이 북한의 페이스에 일방적으로 휘말릴 것으로 보는 시각은 찾기 어렵다. 미 재무부가 중심인 실무그룹 팀은 위조지폐 등 북측의 불법행위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고 북측을 밀어붙일 게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실무팀 수석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는 19일 BDA 관련 첫 북미접촉을 갖기 앞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한이 준비만 된다면 언제든 만날 채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BDA 문제는 북측 주장처럼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위를 위협한 국제적 범죄행위에 맞선 법집행이라는 점을 납득시킬 채비가 돼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북측은 지난 3월 BDA 관련 첫 접촉에서 정치적 협상차원에서 비 전문가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을 보낸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 등 금융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미측 논리에 대응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광철 총재는 이날 베이징 도착 후 공항에서 "BDA계좌가 불법이 아니라는 근거가 있느냐" 취재기자의 질문에 불법을 인정하지 않는 듯 상기된 표정을 짓기도 했다.

BDA 2400만 달러 북한계좌 동결문제의 핵심쟁점은 북측 위장 기업들이 BDA를 통해 ▲ 위조달러 유통 ▲ 마약 및 위조담배 거래를 통한 획득한 자금 세탁 ▲ 불법행위 관련 수백만 달러 자금의 송금 등으로 북측은 이러한 미측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측 외무성은 지난 2월 "화폐위조나 돈세탁 증거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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