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FRB) 의장의 7월 20일(미국시간) 증언은 미국경제를 잘 정리 해준다. 작년부터 그린스펀의 증언들을 보면 생각의 변화를 잘 따라갈 수 있는데, 이번 증언은 그린스펀이 생각하는 미국경제의 위험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린스펀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으로 이동
중앙은행 총재는 일종의 위험관리자의 역할을 하는데, 그 위험 관리인이 보는 관심 위험이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번 증언에서 그린스펀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는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경제 전체적으로 포지션이 한 방향으로 쏠렸는데, 이것이 금리 인상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하는 부분이다.
특히 이것이 성장을 다시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둘째는 끝에 아주 조금 언급되어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이제 나 즉 그린스펀이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은근하면서도 신념을 가지고 밝히고 있다.
◇ 금리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경제 주체들은 자기도 모르게 포지션이 한 방향으로 쏠려있게 된다. 따라서 금리 방향을 틀게 되면 이들 포지션의 해소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특히 성장이 탄탄하지 못할 때는 이 부작용이 성장을 다시 저해할 수 있다.
94년에 2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 당시 연준이 상당기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여기에 베팅을 한 기관들이 금리 인상으로 예상외의 곤혹을 치른 것이다. 카드 만드는 회사인 깁슨이나 P&G 등의 단기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는 데 레버리지를 건 파생상품 베팅, 트레이더들의 캐리 트레이딩 등이 그 예다.
그린스펀은 채권시장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따라서 금리의 방향을 크게 전환할 때는 이를 유의해 봐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번 금리 인상 때 그린스펀이 모기지 때문에 국채금리가 오버슈팅을 할 것을 예상한 것도 이런 주도면밀함의 한 예다.
이제 94년처럼 금리 인상국면에 접어들면 이에 따른 위험이 없는 가를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조금은 위험이 있지만 성장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고 경제주체들이 이미 포지션들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인플레이션에 대한 설명
연준의 목표는 미국의 장기 성장이다. 이를 위해서 단기적으로 성장을 저해하는 충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금리 정책으로 대처하고, 이것이 사라지고 나면 인플레이션에 바로 관심을 돌린다. 실질성장의 궤도가 어떤 충격으로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하고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인 수준에 유지시켜 준다면 장기성장의 기반은 마련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테러, 과잉 설비, 기술혁신 등에 따른 충격을 적극적인 금리정책으로 대처하여 한 숨을 돌린 그린스펀은 장기적인 데 관심을 돌리고 있다. 간단하면서도 맥을 짚는 듯한 다음의 말들이다.
Although many factors may affect inflation in the short-run, inflation in the long-run, it is important to remind ourselves, is a monetary phenomenon. 우리가 성장의 충격들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많이 낮추었는데, 이제 우리는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화폐적 현상이라는 말을 반드시 상기해 보자는 것이다.
마지막 결론을 보자. As we attempt to assess and manage these risks, we need, as always, to be prepared for the unexpected and to respond promptly and flexibly as situations warrant. But although our actions need to be flexible, our objectives are not. 앞에 열거한 이런 위험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여느 때처럼 예상하지 못한 데 준비를 하고 신속하고 신축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행동은 신축적일지 몰라도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
◇ 방향성은 정해졌고, 경로는 환경 의존적
그린스펀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첫째, 그린스펀은 성장에 대한 위험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성장의 조정국면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향이라는 것이다.
둘째, 금리인상 역시 이제 인상추세에 접어들었다. 다만 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속도에 의존적이라는 것이고, 이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린스펀도 예상치 못한 충격에 따른 변화는 모르는 것이기에 이런 경우 다만 신축적으로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셋째, 이제 국가의 위험을 관리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보는 위험은 인플레이션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테러, 과잉 설비의 성장에 대한 충격, 디플레이션 위험, 금리 인상이 포지션이 쏠린 경제주체들에게 미치는 위험 등이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