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미국 기업들의 분기실적 발표가 이제 후반부로 치달아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분명히 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심리는 뚜렷한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이 악재이고 무엇이 호재인지 세심한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그저 주눅들어 있는 모양이다.
사실 지난주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 이후 한창 달아올랐던 경기전망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지난주에 발표된 소매매출이나 기업재고, 산업생산 및 설비가동률, 주택착공, 신규 실업자수, 미시간대학의 소비자신뢰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바닥을 지난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는 듯하다.
22일 증시가 바로 이런 심리를 완연히 드러냈다.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96년 2월 이후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청신호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빠진 장세를 연출했다. 인터넷 업체의 대표주자 아마존이 드디어 사상처음으로 수익을 냈다고 밝혔지만 장세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동안 위험수위에 달해있던 유통업체 K마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악재였지만 이미 예견됐던 것이었고 존슨앤존슨, 머크, BOA 등의 분기실적이 전망치에 걸치거나 상회, 아니면 전년동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밝힌 것은 그닥 호재가 되지 못했다.
기업들의 엇갈리는 실적 자체가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신뢰감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USB 파이퍼 제프리의 스트레티지스트 브라이언 벨스키는 "최근 크게 확대되고 있는 변동성은 업종내, 그리고 업종간 주가 움직임과 실적이 제각각인 것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23일에는 특별한 경제지표 발표는 없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시적인 관점에서 혼란스럽게 시장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는 기업은 듀퐁, 보잉, 캐터필러, 코닝, 이뮤넥스, 엑슨모빌, 브로드컴, 암젠, 화이자, 코카콜라 등이다.
전일 장 마감후 실적을 전한 모토로라가 이날 증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25%나 줄어들면서 분기 손실을 기록했으며 71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토로라는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이익을 내는 쪽으로 영업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 투자자들의 손에 "희망"과 "비관" 두 가지 잣대를 쥐어줬다.
그러나 모토로라 변수를 제외한다면 전일 장에서 급락한 기술주들에 다소나마 희망적인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볼 수도 있다.
장 마감후 발표된 북미지역 12월 반도체 BB율(수주 대 출하량 비율)이 전달에 비해 개선된 0.78을 기록했고 월별로는 지난해 8월을 저점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방향설정에 있어 혼란의 여지를 제공한다.
한편 한국시각 23일 오후 4시30분 현재 나스닥100선물 3월물은 1.75포인트 오른 1123.00을 기록하고 있으며 S&P500선물 3월물 역시 1.60포인트 상승, 1122.90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