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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조직은 무엇을 했는가[별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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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현 기자I 2026.08.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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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의 법조계 이야기
신호는 늘 있었다, 조직이 읽지 않았을 뿐
"생명 다루는 조직일수록 기준 더 엄격해져야"

[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 사람은 하루아침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잃지 않는다. 그 전에는 반복되는 신호가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 있고, 병가가 있고, 출근을 두려워하는 표정이 있으며, 주변 동료의 걱정이 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책임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사건이 반복될수록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괴롭힘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조직은 무엇을 했는가.

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 (사진=원 제공)
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 (사진=원 제공)
더 무거운 것은 이러한 비극이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조직에서조차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방 조직과 의료기관은 강한 위계와 긴박한 업무, 높은 책임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러나 그 특수성이 폭언과 모욕, 강압적인 업무 방식을 ‘현장의 문화’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병원의 이른바 ‘태움’ 문화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숙련을 이유로 공개적인 질책과 인격적 비난이 반복되고, 후배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행위가 교육으로 포장된다. 문제를 제기하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숙련이라는 명분 아래 인격적 비난이 반복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라 괴롭힘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피해자가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았던 경우는 거의 없다. 상사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병가를 사용하거나 부서 이동을 고민한다. 동료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도 하고, 업무 수행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직은 그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혹시 “업무가 힘들어서 예민해진 것 같다”, “둘 사이의 성격 차이일 뿐이다”, “원래 우리 조직은 강하게 일하는 문화다”라는 말로 사건을 너무 쉽게 해석하지는 않았는가.

괴롭힘은 대부분 한 번의 폭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무시와 모욕, 축소되는 문제 제기, 미뤄지는 개입이 쌓이면서 점점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조직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사건이 커진 뒤 대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 나타난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더 이상 개인 간의 갈등이나 조직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조직의 안전을 좌우하는 문제다. 생명을 다루는 조직일수록 괴롭힘에 대한 기준은 느슨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죽음 이후에는 언제나 대책이 발표된다. 특별점검도, 조직문화 개선도 뒤따른다. 그러나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후 대책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괴롭힘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조직은 무엇을 했는가. 이 질문에 끝까지 답할 수 있는 조직만이 다음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강서영 변호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방문학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현)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현)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현)법무법인 원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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