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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승강기 예산 약속해야 자진 출석”…경찰, 강제구인 수순가나

황병서 기자I 2023.02.20 11:37:21

전장연, ‘서울경찰청 최종통보 대한 입장 발표’
“김광호, 승강기 등 편의시설 설치계획 밝혀라”
경찰 “향후 대응 방식 논의중”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박경석(6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지하철 탑승 시위’ 관련한 경찰의 소환조사 최종 통보에 “서울지역 내 경찰서의 엘리베이터(승강기) 등 편의시설 설치 계획부터 밝히라”며 불출석 의사를 거듭 밝혔다.

박경석(6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0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소환조사 최종 통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박경석 대표는 20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서울경찰청 최종통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향해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추락한 사건이 일어난 지 22년이 흐른 지금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장애인 권리를 외치는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달라”며 “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 외출빈도 실태조사를 보니, 장애인구의 12.9%는 월 1~3회, 31.9%는 주 1~3회 외출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저희에게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사법처리 하겠다’고 말하면서 경찰서에 정당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처벌하지 않느냐”며 “서울지역 경찰서의 승강기 설치에 따른 전수조사 이행계획과 함께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에게도 예산 반영을 요구해주신다면, 3월에 경찰서에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서울지역 내 경찰서에 승강기가) 설치될 때까지 (출석을) 안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을 고려해서 (승강기 등 편의시설 설치) 계획을 세우고 예산이 반영된다는 조건으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서울시 산하 전체 경찰서에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정당한 편의시설’ 전수조사와 설치계획 발표할 것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 같은 계획을 3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반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면 3월에 자진출두하겠단 방침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27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신용산역, 삼각지역, 경복궁역 등지에서 집회나 탑승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집시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 등 총 38건의 불법 집회·시위 혐의와 관련해 박 대표에게 지난 17일까지 출석할 것으로 통보했고, 불응하자 이날까지 출석 여부에 대한 최종 답변을 요구해왔다.

박 대표가 경찰 조사에 불응키로 하면서 강제 구인 등 강제 수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입장 표명에 따른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장연 시위 관련 사건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남대문경찰서가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박 대표와 같은 혐의를 받는 전장연 활동가 2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2명을 불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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