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알바생’ 내보낸 지 벌써 오래됐죠.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들여오고 싶은데 물건을 훔쳐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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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3일 2022년 최저임금 시급을 9160원으로 최종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 8720원보다 440원(5.1%) 인상된 금액이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에 달해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게 됐기 때문이다.
무인 점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면서 작년부터 유행을 탔다. 한 ‘무인 아이스크림점’이 ‘대박’을 친 가운데 무인 편의점, 무인 식료품점 등이 속속 등장했다. 서빙은 사람이 하지만 주문은 키오스크를 통해 받는 ‘부분 무인’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 인상 소식까지 들리자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무인 점포·기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정비 중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무인 기기를 들여오는 게 낫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서울 서대문구 인근 양식당 직원 곽모(24)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힘든데 상황이 너무 안 좋다”며 “알바생을 고용하고 싶어도 인건비가 없어 직접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키오스크를 들여오고 싶은데 식당 구조 전체를 바꿔야해서 일단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무인 기기를 운영 중인 업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헬스장을 운영 중인 30대 후반 이모씨는 “전에는 수기로 했던 회원 출석 관리를 키오스크로 하고 있는데 알바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저렴해서 좋다”며 “요즘은 키오스크에 자세하게 설명이 써 있는 곳이 많아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인 점포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건 ‘범죄’다.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절도 범죄에 무인 기기를 들여오고 싶어도 망설이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았다.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모(64)씨는 “매출도 바닥인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너무 힘들어 이번에 생각은 해 봤다”면서도 “그러나 무인 기기를 들여오기에는 물건을 훔쳐 가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위시한 무인 점포 열풍이 불면서 점포 내 현금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 점포를 대상으로 한 절도 사건은 △2019년(203건) △2020년(367건) △2021년 1~2월(176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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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중장년, 노년층 고객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아 무인 점포·기기 활용을 꺼린다는 점도 문제다. 무인 점포나 키오스크 매장은 일부러 피한다는 오모(82)씨는 “나이가 많아서 (키오스크를) 전혀 사용할 줄 모른다”며 “자식들이 없으면 그런 매장 자체를 안 간다”고 토로했다.
스마트 세대가 아니라고 강조한 김모(57)씨도 “키오스크를 한 번 이용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할인 혜택을 보고 싶어도 복잡할 거라는 생각에 엄두도 못 낸다”며 혀를 내둘렀다. 강모(63)씨는 “평소에 매장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젊은 사람들이 (키오스크를) 잘 이용하는 모습을 볼 때면 괜히 창피하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한 편의점 업주 A씨는 “고령층은 일단 무인 기기를 아예 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분들 매출을 무시하고 장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젊은 분들이야 모르겠지만 노인분들은 다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편의점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안 발표와 함께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영업자들이 무인 점포를 도입할까 고민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한 것은 결국 자영업자들을 두 번 죽이는 조치라는 것이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불안 시기에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매장에서 주문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최소 직원 한 명이 상주해야 한다”며 “영세 사업장에서 직원 한 명에 대한 고용을 유지하도록 국가에서 점포별로 유형을 나눠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