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가운데 증권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대우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경쟁 증권사도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증권은 전날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8일 대우증권(006800)은 전날보다 14.91% 내린 1만1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우리투자증권(005940)도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도 9% 넘게 내렸으며 현대증권(003450) 삼성증권(016360) 등도 하락했다.
대우증권이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초기 프라임브로커리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쟁 증권사의 연쇄 유상증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
대우증권은 해외 비즈니스 확장과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신규 시장 선점을 위해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도는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다.
유증으로 마련한 자금을 해외 거점 확대에 3000억원, 상품운용과 판매에 3000억원, 자기자본투자(PI) 등에 50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사업 투자와 비대면 영업채널 강화, IT 투자 등에도 3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에 대해 증권가는 대형 IB를 향한 과감한 결정은 존중하지만 주주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날 HMC투자증권은 대우증권에 대해 주당지표 희석 우려와 업황 둔화에 따른 수익 추정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2만30000원에서 1만원으로 56.5% 내려 잡았다.
박윤영 애널리스트는 "이번 유증으로 자본과 주식 수가 늘어나면 대우증권의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기존 추정치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있는 업황변화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도 ROE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투자의견 ‘비중축소(Reduce)'를 유지했다.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과연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는가`에 대한 시장 설득력이 관건"이라며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사용의 목적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항목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도 국내 증권사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골드만삭스증권은 각 부문에 대한 투자가 언제 어떻게 주주가치로 환원돼서 돌아올지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의 부정적인 분석은 애초 이익잉여금 등으로 3조원 기준을 넘어설 수 있는 증권사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선 자기자본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우리투자증권이 유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가 대형IB 육성을 위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이라고 기존에 알려진 대로 5000억원 증자에서 그칠 리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익 유보금만으로도 3조원을 넘어설 수 있는 삼성증권이지만 경쟁사들이 실탄 전쟁을 시작한다면 증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자금조달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대형 IB업무를 통한 이익 개선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증자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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