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유용훈기자] 지난 주말 대규모 반전시위가 있었던 유럽지역에서 이번에는 전쟁에 따른 경제 재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을 위한 전쟁이 소요 시간과 결과에 상관없이 선진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것.
유럽의 전문가들은 특히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시간을 끌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유가 급등세와 달러 급락, 무역 전쟁 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24년 동안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을 지낸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는 만약 사담 후세인이 유전지역에 대한 파괴를 자행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마니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제35회 카이로 국제도서전(CIBF)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후세인이 지난 91년 걸프전 때에 쿠웨이트 유전을 파괴하고 나서야 후퇴했다고 지적하고 만약 후세인이 공격 받는다면 이라크의 유전도 파괴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외환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지난 해 유로화에 대해 20% 하락한 달러화는 추가 하락하며 1.5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달러는 전일 뉴욕시장에서 1.0691달러에 마감됐으며, 1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17분 현재 1.0708/13달러에, 달러/엔은 119.03/07엔에 호가되고 있다.
유럽내 한 친미 성향의 외교 분석가는 워싱턴타임스에 미국이 강력한 힘을 토대로 거만하게 이라크를 압박하며 오히려 침략자로 비춰지고 있다며 현재 유럽내 미국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을 단적으로 설명했다. 또 이라크 사태와 관련 유럽에서는 지난 1938년 체결됐던 뮌헨협정(독일과의 전쟁을 피하고자 체코슬로바키아 서부 주데텐란트가 독일에 편입된 협정)의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유럽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은 긴장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유럽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경제노동장관인 볼프강 클레멘트는 “전쟁 위협이 화염의 흔적처럼 유럽 전역에 퍼져있으며, 우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고 확실한 미래를 바르게 고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의 사비에르 팀뷰 경제학자는 분쟁의 결과로 경제에 미칠 긍정적 요소는 별로 없다고 지적하고, 전쟁은 재앙이며 파괴된 것들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의 관료들은 지난 91년 걸프전의 전비가 지난해 가치로 환산했을 때 760억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참고로 베트남전의 전비는 지난 해 가치로 환산, 4940억달러로 추산됐다. 당시 760억달러의 전비중 500억달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애미레이트, 일본, 독일 등이 부담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각한 이견차로 전비에 대한 논의 자체가 아직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또 전쟁 이후 이라크 안정을 위한 전후 복구비용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못한 상태다. 다만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미군 주도로 이라크 전쟁을 치를 경우 전쟁 및 전후 복구비용은 상황에 따라 1270억달러에서 많게는 6820억달러가 소요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내 전문가들도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돼도 쉽게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라크전이 조기에 정리돼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될 수 있고 유가도 고유가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도 미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일본의 경제성장 여력이 취약해 지난 걸프전 당시와 같은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