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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토큰증권 발행·유통·결제 함께 설계, 자금유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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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09.21 1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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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임 미래에셋 홍콩 디지털자산 헤드, '한신평 디지털 파이낸스 컨퍼런스' 발표
홍콩 4년이 한국에 주는 교훈 "새 진입로보단 기존 금융기관을 관문 삼아야"
"한국, 제도 정비시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자금유출 방지 성과지표 돼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국내 가상자산시장 내 투자 수요는 충분하지만 이를 받아줄 시장 구조가 갖춰지지 않아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콩에서의 디지털자산 제도화 경험을 참고해, 제도의 성과를 규제 도입 여부가 아니라 해외로 향하던 자금이 국내에 남는지로 평가하는 쪽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손성임(켈리 손)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디지털자산 헤드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에서 열린 ‘한국신용평가 디지털 파이낸스 컨퍼런스’에서 ‘성장을 위한 제도화의 조건: 홍콩에서 바라본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이라는 주제로 발표자로 나서 이 같이 주장했다.

홍콩 디지털자산시장 제도화 타임라인 (이미지= 미래에셋증권)
홍콩 디지털자산시장 제도화 타임라인 (이미지= 미래에셋증권)
손 헤드는 디지털자산시장의 크기보다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는 타이거리서치·체이널리시스의 분석 자료를 인용,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1100만명이지만,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옮겨간 자금은 약 7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만 약 168조원이 해외로 이동했고, 2025년 한 해 해외 플랫폼에 지급된 수수료는 약 5조원에 이른다는 것.

개인투자자 수만 보면 한국은 52만명 수준인 홍콩을 압도한다. 그러나 시장 구조는 정반대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상위 2개 거래소 점유율이 약 87%에 달하고, 전통 금융기관 참여가 제한적이며, 현물 거래에 치우쳐 있다. 결제·유통 인프라도 아직 정비 이전 단계다. 반면 홍콩은 인가 거래 플랫폼(VATP)을 중심으로 한 다층 구조를 갖췄다. 증권사와 은행이 직접 참여하고, 현물·현물 상장지수펀드(ETF)·토큰화 펀드로 상품군이 넓으며, 스테이블코인 인가제와 기관 결제망도 가동 중이다.

홍콩은 디지털자산 규제를 두 갈래로 나눴다.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증권이 아닌 가상자산은 2023년 6월 자금세탁방지법을 근거로 VATP 인가제를 도입하고, 인가 플랫폼에서만 리테일 거래를 허용했다. 토큰화 펀드나 구조화상품처럼 증권에 해당하는 토큰화 자산에는 기존 증권선물조례(SFO)를 그대로 적용했다. 이를 두고 손 헤드는 “홍콩은 토큰이 아니라 자산의 법적 성질을 규제했고, 그 결과 토큰화 자산이 기존 증권사의 업무 범위로 편입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가상자산시장 자금 이탈 현황 (이미지= 미래에셋증권)
한국 가상자산시장 자금 이탈 현황 (이미지= 미래에셋증권)
감독 역할도 나눠 맡겼다. 증권선물위원회(SFC)는 VATP 인가, 토큰화 증권의 발행과 유통, 현물 ETF 승인 등 증권성 상품과 거래·중개를 담당한다. 금융관리국(HKMA)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인가, 디지털 본드 발행·결제, 기관용 결제·정산 레이어인 ‘프로젝트 앙상블(Project Ensemble)’ 등 통화·결제·수탁 인프라를 맡았다. 두 기관은 2023년 12월 공동 서큘러로 은행과 증권사의 가상자산 서비스 근거를 함께 마련했다. 토큰화 영역에서는 SFC가 발행을 열고 HKMA가 결제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제도 시행 시점을 맞췄다.

손 헤드는 홍콩이 시장 개방보다 안전장치를 먼저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콩 재경사무·재무국(FSTB)은 2022년 10월 가상자산 정책선언으로 육성 방향부터 공개했다. 인가 제도와 리테일 거래 근거가 없는 상태였지만 법 제정보다 앞서 법인 설립, 인력 이동, 자본 유치가 이뤄졌다. 이후 8개월 동안 플랫폼 인가, 고객자산 분리 수탁, 취급 자산 사전 심사, 투자자 적합성·지식평가 등 네 가지 장치를 정비한 뒤 2023년 6월 리테일시장을 열었다.

개방 석 달 뒤인 2023년 9월에는 무인가 플랫폼 JPEX 사건이 터졌다. 홍콩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로, 피해액은 16억홍콩달러, 피해 신고는 2700건을 넘었다. 그러나 홍콩은 인가제도를 멈추거나 리테일 개방을 되돌리는 대신 장외(OTC) 환전소, 딜러, 수탁 등 규제 공백 지점을 규제 범위에 넣었다. 작년 12월에는 딜러·수탁 인가 체계에 대한 컨설테이션 결론을 발표했고, 올해 관련 입법과 자문·운용업 규제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인가는 속도보다 선별에 무게를 뒀다. 2025년 8월 법 시행 후 같은 해 9월 마감한 신청에는 36건이 몰렸다. 그러나 올 4월 첫 인가를 받은 곳은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애니모카·HKT 합작사 2곳뿐으로, 승인율은 5.6%였다. 인가 요건은 최소 납입자본 2500만홍콩달러, 1:1 준비자산 분리 보관, 액면가 상환 보장, 홍콩 내 실체 등이다. 손 헤드는 “홍콩이 제도화의 속도와 시장 진입의 속도를 구분했다”고 평가했다.

손 헤드는 “한국은 시장이 먼저 형성되고 제도가 뒤따르는 구조”라고 진단하며 “개인 시장은 커졌지만, 법인계좌 발급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기관 참여도 제한된 상태”라며 “홍콩의 과제가 시장을 키우는 일이었다면, 한국의 과제는 이미 커진 시장을 제도 안으로 들여오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 가상자산시장 현황 (이미지= 미래에셋증권)
한국 가상자산시장 현황 (이미지= 미래에셋증권)
그는 홍콩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홍콩처럼 발행·유통·결제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도 내년 2월 토큰증권 1단계 시행에 맞춰 장외거래소 인가와 기관용 결제 수단의 시간표를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발행만 허용하면 시장이 생긴다는 가정은 홍콩에서 이미 반증됐다”고 지적했다.

또 “새로운 진입로보다 기존 금융체계를 활용해야 한다”며 “컴플라이언스, 수탁, 적합성 체계를 갖춘 기존 금융기관이 관문 역할을 하면 기관 자금과 시장 신뢰를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겸영 범위의 설계가 곧 기관 참여 속도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사건 대응은 시장 축소가 아니라 규제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고 이후 시장을 축소하면 자금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간다”며 “규제의 신뢰는 사고를 막는 능력보다 사고 이후 어떤 방향을 택하는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손 헤드는 “제도가 정비되는 시점에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시장은 한국”이라며 “해외로 이탈하고 있는 자금이 국내에 남기 시작했는지가 제도화의 핵심 성과 지표가 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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