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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이번 논란을 조금 더 살펴봤습니다. 이번 공연은 영국 연출가 제이미 로이드가 이끄는 ‘제이미 로이드 컴퍼니’의 신작입니다. 제이미 로이드는 2020년 연극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로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 작품상을 수상했고, 2023년 제시카 차스테인이 출연한 연극 ‘인형의 집’으로 토니상 최우수 연출상 후보에 오른 연출가입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제이미 로이드 컴퍼니는 입장문을 내고 “인종 차별을 멈춰야 한다”며 “인종 차별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창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네요.
◇공연계에서 활발한 인종·성별 구분 않는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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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배우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을 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88년 영국 템바 씨어터 컴퍼니(Temba Theatre Company)가 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데이비드 헤어우드가 로미오 역을 맡았습니다. 데이비드 헤어우드는 10년 뒤인 1998년 영국 로열 내셔널 씨어터(RNT)의 셰익스피어 연극 ‘오셀로’ 내한공연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세계 연극계의 추세가 다국적화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영국에서도 한국인들이 만든 ‘오셀로’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콘돌라 라샤드가 줄리엣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올랜도 블룸이 로미오 역으로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2023년 영국의 로열 익스체인지 씨어터가 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로미오와 줄리엣 모두 흑인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이케 베넷, 샬리샤 제임스 데이비스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 역으로 호흡을 맞췄고요. 연극은 아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한 뮤지컬 ‘앤 줄리엣’(& Juliet)도 미리암 틱 리, 로라 커트니 등 흑인 배우들이 줄리엣을 연기했습니다.
다음달 국내에서도 흑인 줄리엣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매튜 본의 최신작 ‘로미오와 줄리엣’(5월 8~19일 LG아트센터 서울, 23~26일 부산 드림씨어터)입니다. 팝 가수 카일리 미노그, 제이미 칼럼 등과 작업한 흑인 안무가 겸 무용수 모니크 조나스가 또 다른 무용수 브라이어니 페닝턴, 한나 크레머 등과 함께 줄리엣 역으로 출연합니다. 매튜 본은 이미 남자들만 출연하는 ‘백조의 호수’를 선보인 바 있기에 이번 작품 또한 파격적인 재해석이 기대됩니다.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하데스타운’도 다국적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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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성별을 넘어서는 캐스팅은 공연계에서는 이제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관계자는 “원작을 파격적으로 비트는 작품이라면 인종, 성별과 상관없는 캐스팅을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이라면 원작의 고유성을 지켜주길 바라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 심리일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무대는 무한한 상상을 현실로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품은 완성된 결과물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도 예고편만 보고 평가를 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여담이지만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던 시절엔 여자가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금지됐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발표했을 때, 줄리엣 역은 남자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이죠. 믿기 힘들다고요? 그렇지 않았다면 1999년 제59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연극으로 국내에서 초연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역시 무대에서만 가능한 상상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