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불쌈꾼’ 백기완 1주기…그를 기억하는 방법

김미경 기자I 2022.02.16 12:20:28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
선생을 기억하는 43인의 이야기
여럿이 함께 씀·백기완노나메기재단 엮음
404쪽|돌베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민중운동의 큰 어른 ‘불쌈꾼’(혁명가) 백기완 선생을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민중운동의 지도자, 또 어떤 이에겐 통일운동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2월15일 별세한 고 백기완 선생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생전을 회고하는 추모문집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가 나왔다. 선생과 함께 활동했거나 민중운동 대표 인사, 다양한 인연을 맺었던 43인의 지인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투쟁의 전선에서 함께 싸운 동지들, 선생에게 감화를 받아 민중운동의 길을 택한 후배들, 피눈물의 현장에서 함께 섰던 이들이 기억하는 선생의 모습은 그야말로 다채롭다.

돌베개 제공
이 책은 추모문집이지만 추념에 그치지 않고, 역사화 작업의 일환으로 그를 소환한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운동의 초창부터 1980년대 민중대통령 후보로 나선 과정까지 그와 연관된 이들의 글들을 4부로 나눠 구성했다.

선생이 1950년대 중반 서울학생 자진농촌계몽대 활동을 할 때부터 평생 동지로 지내온 구중서 수원대 명예교수(문화평론가)를 비롯해 1960~70년대 백범사상연구소를 전후해 함께 활동했던 김도현 전 문체부 차관, 김학민 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이신범 전 국회의원 등 한국 사회운동 1세대들의 민주화 투쟁의 역정이 담겨 있다.

또한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 염무웅 문학평론가 등 1960년대부터 한국문학의 민족민주 운동적 발전 맥락을 이끌어온 두터운 인연의 내력들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이는 임진택 명창과 홍선웅 판화가 등이 증언하듯 선생의 민중적 미의식이 어떻게 한국민중문화운동의 초석을 다졌는지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책은 썼다.

아울러 권영길·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도숙·김영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흥현 전 전국빈민연합 의장,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 등 민중운동 대표 인사들과 다양한 인연으로 만난 43명의 추모 글을 통해 백기완이라는 커다란 산맥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와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은 추모문집 발간준비모임에서 인터뷰한 뒤 녹취록을 원고로 정리했다. 원경 스님은 인터뷰를 앞두고 열반에 들었다. 배은심 어머님은 인터뷰를 마친지 10여일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선생이 가고 그의 부재를 절감한다고 했다. 선생의 마지막 옷을 지은 이기연씨는 “무명빛, 하얀 모시 두루마기, 평소 입었던 하얀 모시 바지저고리 위에 이 모시 두루마기를 입히고 고름을 맸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통곡 속에서 그렇게 마지막 옷을 입혀드렸다”며 “백기완의 많은 이들이 남았다. 모두 그의 아들딸들이다. 선생은 우리에게 ‘우리 딸이 해줍니다’라는 큰 숙제를 남기고 가셨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선생을 기리고, 생전의 그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민중·민주·통일운동에 평생 앞장서 온 고인은 지난해 2월15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3년 황해도 은율 구월산 밑에서 태어났으며 혼자 공부했다. 숱한 투옥과 고문에 의한 투병 속에서도 민중·민주·통일운동에 이바지했다. 너도나도 일하고 너도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 민중해방 사상을 정립하고 실천했다. ‘비나리’라는 민중적 정서와 아름다운 우리말 살리기 운동, 민족문화·민중문화운동의 줄기를 세우는데 앞장섰다. 통일문제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민중의 거리, 광장에서는 늘 맨 앞에 섰다.

한편 재단은 이 책에 다 담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를 두 번째 추모문집 ‘우리 선생님 백기완’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1주기 추모전시회 ‘백기완을 사모하는 화가 18인전’은 서울 종로구 통일문화제연구소에서 오는 3월17일까지 열린다.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이 14일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백기완을 사모하는 화가 18인전’ 개막식을 열면서 고(故) 백기완 선생의 생전 집필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故) 백기완 선생 집필실 책상(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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