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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트럼프노믹스의 불확실성이 외환시장 변동성을 다시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 발동한 반(反)이민정책이 미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의 반발로 이어지면서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방향도 가늠하기 어려워지리란 전망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이라크·이란·리비아·예멘·수단·소말리아 등 7개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각국은 물론 미국 내 각 주,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내부조차 비판이 거세다. 앞서 멕시코 국경 장벽,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관련 규제 완화 등 행정명령에 반발이 있긴 했지만 이번은 그 수위 자체가 다르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보호무역에도 제동 걸릴지 여부 또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됐다. 대두 수출이라는 일시적 효과가 사라진 데다 수입까지 늘어나며 순수출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은 것. 이는 곧 보호무역과 약달러를 강화할 요인으로 꼽혔다.
트럼프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장의 투자심리는 위험자산 회피로 돌아서고 있다. 간밤 일본은행(BOJ)의 완화정책에 가치가 떨어졌던 엔화는 다시 달러당 113엔대로 오르며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를 보여줬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또한 급등하거나 급락하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방향성을 탐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달러에 대한 의심이 서서히 나타나곤 있지만 달러 약세 전환을 단정 짓기엔 아직 확인할 불확실성이 많다”(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는 이유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강달러 재료로 꼽혔던 재정확대·감세 대신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큰 보호무역 관련 정책을 몰아부치며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 추세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재정확대 등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원화가 강해지겠지만 이와 관련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은 원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는 재료”라며 “위아래 요인이 혼재돼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유신익 신한은행 리서치팀장은 “트럼프의 반이민정책과 유럽 은행권의 부실 우려 등으로 글로벌 투심 자체가 얼어붙을 순 있다”면서도 “삼성전자(005930)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사자’가 받쳐주며 원화 가치 급락을 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31일 오전 10시29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30원(0.80%) 오른 1168.50원에 거래되고 있다(원화 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