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의 블프]②엄마의 사치라고? 가격보면 놀랄걸

함정선 기자I 2015.11.26 11:01:35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사이즈는 잘 맞을까. 집까지 안전하게 배송은 될까. 혹시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닐까. 카드 이중결제라도 됐으면 어쩌지? 배송은 왜 이리 늦는 거야.’

물건이 손안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전까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 ‘해외 직구’. 평소에는 번거로움 때문에 직구를 그리 즐기지 않지만 1년에 단 하루. 이런 번거로움과 걱정을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으로 직구에 나설 때가 있다. 바로 이맘때,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다.

내 물건이라면 굳이 직구를 이용하지 않는다. 브랜드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필요한 물건은 국내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물건을 생각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블프에 질 좋고 저렴한 아이 옷을 ‘쟁여둬야’ 1년이 든든하다.

혹자는 자주 크는 아이에게 ‘브랜드’ 옷을 입히고 싶은 엄마들의 사치가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엄마들이 직구로 흔히 구매하는 브랜드는 폴로와 갭, 올드네이비, 짐보리 등인데 블프 할인 가격을 본다면 ‘사치’라는 말이 쏙 들어가고도 남는다.

아직 블프가 시작되기 전임에도 폴로에서는 원래 165달러에 팔던 아이 점퍼를 99달러에 팔고 있다. 여기에 ‘추수감사절’ 할인코드를 입력하면 20%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 결제금액은 79달러, 9만원 돈이다. 블프를 앞두고 ‘얼리버드’들을 위해 50% 할인코드를 내놓은 갭 사이트에서는 겨울 점퍼를 5만원이면 산다. 티셔츠는 8000원~1만원이면 충분하다. 국내에서 아이들 옷을 한 번이라도 사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백화점은 고사하고 브랜드가 없는 겨울점퍼도 소재 좋은 것을 찾으면 7만~8만원은 훌쩍 넘는다.

지난해 블프에 배송된 아이 옷과 가격을 보고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사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남편마저도 엄지를 들어 올렸을 정도다.

현지시간 27일, 본격적인 블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지런한 엄마들은 벌써 아이 옷 구매에 나섰다고 한다. 블프가 시작되면 할인율이 더 높아지지만 원하는 사이즈가 매진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그걸 모르고 블프 당일에 생애 첫 직구에 나섰다가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기도 했다.

올해는 발 빠르게 나서 이미 여러 사이트에서 아이 옷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고민에 빠졌다. 여름옷까지 미리 챙겨둬야 할까, 아이의 신발이나 가방도 사둘까, 고민의 종류도 많다.

이와 동시에 한편에서는 아쉬움도 생겨난다. 블프에 아이 옷만 살피고 있는 내가 서글퍼서다. 아이 옷을 보는 틈틈이, 원하는 가방과 구두를 팔았던 사이트를 기웃해본다. 폴로나 갭과 달리 아직 할인코드가 뜨지는 않았다. 아마도 블프가 시작되면 ‘핫딜’까지 이용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을 텐데.

아이 옷과 남편 구두만 장만하고 끝냈던 지난해 블프와 달리 올해는 1년 가까이 장바구니에만 담겨 있던 가방을 손에 넣어볼 수 있을까.

폴로사이트에서 이미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는 겨울점퍼. 추가 할인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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