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시간외대량매매로 현대중공업(009540)이 보유한 현대차(005380) 주식 316만4550주(1.44%)를 전일 종가기준으로 주당 15만8000원(총 5000억원)에 매입했다. 정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올 초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매각으로 재원이 넉넉한 상황에서 계열사가 해당 지분을 사들일 수 없는 조건이 종합적으로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 자금은 충분했다. 올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으로 7400억원, 이노션(214320) 지분매각·구주매출로 4000억원 등 총 1조1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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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3일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1% 매입 발표에 이어, 그룹 후계자가 핵심회사 지분 5000억원어치를 매입한 것을 지배구조상 흐름과 분리해서 볼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3사(현대차·기아차·모비스) 지분이 없거나 극히 미미한 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 초 글로비스 매각대금으로 출자구도 핵심인 모비스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 모비스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과 이번처럼 현대차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동일한 의미다. 그간 정 부회장이 모비스 지배력을 늘려야 한다는 관측은 현대차를 직접 지배하기엔 너무 덩치가 큰 회사란 이유일 뿐 완성차업체 현대차가 부품업체 모비스보다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모비스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인식하는 시각 역시 모비스가 가진 현대차 지분이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간접지배 효과를 극대화시켜준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지분거래로 현대차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직·간접 지배력은 기존 25.9%에서 27.4%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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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형태의 지배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공고한 환상(環狀)형 순환출자 중 한 축을 반드시 해소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비스 단독의 지주회사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개 이상의 회사가 분할 후 지주회사끼리 합병하는 방안이 현재까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결국 이번 지분거래를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지어보면 모비스와 ‘짝’을 지어 지배구조 정점에 설 회사의 후보군에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도 포함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단순히 지분 1.4%를 늘렸다는 것 이상으로 지주회사 축에 대한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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