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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車 지분매입 `작지만 의미있는 단서`

박수익 기자I 2015.09.25 14:00:12

현대글로비스 매각자금으로 현대車 지분 사들인 셈
시장관측은 모비스였으나 현대차 매입도 같은 의미
추가매입 가능성은 낮아…지배구조개편 옵션 추가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 부회장이 사재 5000억원을 들여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 것을 놓고 앞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작지만 의미있는 단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시간외대량매매로 현대중공업(009540)이 보유한 현대차(005380) 주식 316만4550주(1.44%)를 전일 종가기준으로 주당 15만8000원(총 5000억원)에 매입했다. 정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올 초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매각으로 재원이 넉넉한 상황에서 계열사가 해당 지분을 사들일 수 없는 조건이 종합적으로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 자금은 충분했다. 올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으로 7400억원, 이노션(214320) 지분매각·구주매출로 4000억원 등 총 1조1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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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공정거래법상 현대차 대주주인 현대모비스가 해당 지분을 인수하면 기존 순환출자를 강화하는 셈이고 기아차·현대건설·현대제철 등 나머지 굵직한 계열사들도 상호출자가 되면서 결국 총수일가가 직매입하거나 제3자에 매각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범현대가 장손인 정 부회장이 작은아버지(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주주인 회사 지원에 나선다는 명분까지 더해진 점이 지분매입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 23일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1% 매입 발표에 이어, 그룹 후계자가 핵심회사 지분 5000억원어치를 매입한 것을 지배구조상 흐름과 분리해서 볼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3사(현대차·기아차·모비스) 지분이 없거나 극히 미미한 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 초 글로비스 매각대금으로 출자구도 핵심인 모비스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 모비스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과 이번처럼 현대차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동일한 의미다. 그간 정 부회장이 모비스 지배력을 늘려야 한다는 관측은 현대차를 직접 지배하기엔 너무 덩치가 큰 회사란 이유일 뿐 완성차업체 현대차가 부품업체 모비스보다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모비스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인식하는 시각 역시 모비스가 가진 현대차 지분이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간접지배 효과를 극대화시켜준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지분거래로 현대차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직·간접 지배력은 기존 25.9%에서 27.4%로 높아졌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도(자료: 금융감독원)
그렇다고 정 부회장이 남은 6000억원대의 자금으로 현대차 지분을 추가매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지분거래처럼 현대중공업이라는 확실한 거래상대방이 없는 이상 시장 매입으로만 총수일가가 지분을 직접 늘려가기에는 현대차의 덩치가 여전히 크고 어떤식으로든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한 모비스의 존재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6.9%)도 향후 지배구조개편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형태의 지배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공고한 환상(環狀)형 순환출자 중 한 축을 반드시 해소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비스 단독의 지주회사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개 이상의 회사가 분할 후 지주회사끼리 합병하는 방안이 현재까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결국 이번 지분거래를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지어보면 모비스와 ‘짝’을 지어 지배구조 정점에 설 회사의 후보군에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도 포함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단순히 지분 1.4%를 늘렸다는 것 이상으로 지주회사 축에 대한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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