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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바람·돌…자연으로 돌아간 건축

김인구 기자I 2014.02.07 16:16:08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 전
1970년대부터 2011년까지 40년간의 건축세계 회고
회화·서예·소품 등도…총 500여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7월 27일까지 6개월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이타미 준 ‘석 미술관’(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세계적인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27일까지 6개월간 계속되는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 전이다.

이타미 준은 국내 건축계에선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이다. 1937년 일본 도쿄서 태어나 2011년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미를 살린 건축물들을 지어왔으나 국내 회고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즈오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타미 준은 무사시공업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이타미 준 건축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사물 본래의 근원성,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는 건축을 추구해왔다.

청년시절에는 일본의 ‘모노하’(物派)를 이끌었던 예술가들과 의식을 공유하며 존재의 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했으며 1980~90년대 중년기에는 돌·목재 등 자연소재를 이용한 ‘무겁고 원시적인’ 건축을 지향했다. 당시 만들었던 ‘각인의 탑’ ‘석채의 교회’, 또 도쿄 아사쿠사 한복판에 우뚝 선 ‘M빌딩’은 하나의 조각작품처럼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1990년대 말 이후 말년에는 제주도를 거점으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다. 자연의 힘인 바람과 만나면서 그의 건축작업은 절정에 달했다. 1998년 ‘핀크스 클럽 하우스’를 시작으로 ‘포도호텔’ ‘수·풍·석(水風石) 미술관’ ‘두손 미술관’ ‘방주교회’ 등을 잇달아 완공했다. 이 작업들은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그에게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인 슈발리에, 무라노 도고 건축상, 김수근 건축상 등의 영예를 안겨줬다. 특히 물·바람·돌 그 자체를 품은 ‘수·풍·석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물, 바람, 돌’(감독 정다운·제작 김종신)의 영상으로 재탄생해 자연에 반응하는 건축의 시간성을 보여준다.

이번 회고전은 1970년대부터 말년의 제주도 프로젝트까지 40여년에 걸친 그의 건축 세계를 일대기적으로 아우른다. 지난해에 미술관에 기증된 이타미 준의 아카이브와 유족 소장품을 바탕으로 건축 작업뿐만 아니라 회화·서예·소품 등 500여점을 선보인다. 여기에다가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 이타미 준의 딸이자 역시 같은 건축가인 유이화 ITM건축연구소 대표가 작가의 소품으로 재현한 도쿄의 아틀리에를 마련했다.

유 대표는 “생전에 부친이 한국서 귀국전을 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며 “조금 더 일찍 열렸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이런 회고전이 열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13일에는 전시 관련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오후 2시부터 과천관 소강당에서 박길룡 국민대 교수, 전봉희 서울대 교수가 각각 ‘현상의 미학, 이타미 준의 건축 세계’와 ‘한국 건축사와 이타미 준’에 대해 강연한다. 5월 중에는 야외조각공원에서 ‘어린이 건축 워크숍: 사이의 건축’도 예정돼 있다. 02-2188-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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