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정부가 역외(NDF) 시장에서 투기적 수요가 가시화될 경우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여력을 축소하기로 했다. 또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한국형 토빈세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기존 조치도 강화한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30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대외여건 및 외환시장 움직임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환율수준’이 아닌 ‘변동속도’에 주목하고 있다”며 “변동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실물 경제주체들의 예측가능성이 저해돼 적응이 곤란하고 결국 실물경제 영향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차관보는 특히 “역외(NDF) 세력 움직임 및 기업들의 외환거래에 주목해야 한다”며 “역외의 투기적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기업들도 외환거래 과정에서 상당한 쏠림현상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기업의 리딩(Leading)& 래깅(Lagging) 현상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의 주요 원인이었다고도 꼬집었다. 리딩은 원화 강세 전망하에 수출업체가 달러를 미리 파는 전략을, 래깅은 수입업체가 달러를 늦게 사는 현상을 각각 일컫는다.
정부는 이에 따라 특정시점에서의 NDF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투기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행위에 대해선 심도있게 살펴보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업종별 기업의 외환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과 NDF 등의 투기적 수요가 가시화될 경우, 우선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여력 축소를 추진한다. 선물환포지션 관리 방식을 당초 월 평균 잔액에서 매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바꾸거나 현행 외은 150%, 국내은행 30% 등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추가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NDF 등의 투기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선물환 포지션 산정시 NDF 거래분에 대한 가중치를 부과하고, NDF 거래의 중앙청산소(CCP) 이용을 의무화해 거래자의 거래정보 확보 등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행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부과요율도 상향조정하고, 부과대상 기관 및 상품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최 차관보는 “최근 양적 완화는 전례없는 상황, 대응조치도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선 제도적 틀을 마련해 놓고 상황에 따라 탄력적 대응 준비를 갖추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토빈세(외환거래세)도입을 부정하던 정부의 입장 변화다.
최 차관보는 “미국, 일본 등이 ‘자기들의 숙제’를 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의 숙제’를 해야 할 시기”라며 “원래 의미의 토빈세는 도입은 곤란하지만,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 등 토빈세가 지향하는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권거래세와 관련해서도 최근 유럽연합(EU)의 채권거래세 도입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논의와 검토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