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올해 임진년은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과 유사할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올초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신년사에서 했던 말처럼 포스코(005490)는 지금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외부적으로는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나쁜 점수를 받았다. 피치는 지난달 포스코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A-’→‘BBB+’)와 무디스(‘A3’→‘Baa1’)도 포스코 신용등급을 낮췄다.
세계 철강경기가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철강업체들은 공급과잉을 견디지 못해 감산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8195억원으로 2분기보다 23%나 줄었다.
수익은 크게 줄면서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다. 실제로 지난 2010년초 7조원에 달했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올 들어 3조원 대로 줄었다. 통상 6조원 안팎을 유지하던 연간 영업이익도 작년 4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09년 54.5%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92.4%까지 높아졌다.
포스코는 부랴부랴 비계열사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철강소재 제조사인 포스코 캠텍과 정보기술(IT) 엔지니어링 업체인 포스코 ICT의 지분을 매각하고, 비상장 계열사인 포스코파워와 포스코특수강도 연내 상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포스코 안팎에서는 정치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혹시나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과거 정권 교체기 때마다 포스코 회장들이 타의에 의해 물러난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있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 포스코는 ‘죽느냐, 사느냐’의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전쟁중에는 장수를 함부로 바꿔서는 안된다. 정권 실세들의 입맛에 따라 수장이 바뀌면 기업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느라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자칫 하다가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정권교체기, 포스코가 ‘2020년까지 매출액 200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