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공포..조용히 웃는 스마트그리드株

박형수 기자I 2012.06.20 15:40:43

누리텔레콤 삼진엘앤디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주 급등
전력 부족 사태 심화로 스마트그리드 투자 가시화 기대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 공포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과 함께 스마트그리드와 송전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는 모습이다.

20일 누리텔레콤(040160)은 전날보다 14.99% 오른 45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진엘앤디(054090) 피에스텍(002230) 일진전기(103590) 비츠로셀(082920)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주 대부분은 5% 이상 급등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 망에 IT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전력망을 뜻한다.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소비자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에 가전제품을 충전했다가 요금이 높은 시간에 운용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관련주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효율적인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력 수요가 공급 증가 속도를 초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발적인 절전 노력으로 올 여름 전력대란 고비를 넘긴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력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사업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전력 부족사태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냉·난방기기 보급확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전력기기 사용 증가 등으로 전력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하절기 최대 전력은 약 4000만kW였으나 지난해에는 약 7200만kW까지 증가했다.

반면 투자 재원 부족과 발전소 건설 지연 등으로 생산능력 확대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있는 82개 발전소 326기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은 7943만kW로 추산된다. 하지만 화재로 가동을 멈춘 보령 화력 1, 2호기를 비롯해 고장과 예방정비를 이유로 가동하지 못하는 발전소는 28개 발전소, 40기에 달한다.

지난 18일 기준 예비전력 405만kW에 불과했던 것도 이른 무더위로 냉방기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무더위 때문에 전력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자발적인 전력 소비에 의존하는 것보다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통한 구조적인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과 함께 통신망도 고도화된 상태라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게다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핵심기술인 2차전지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스마트그리드 시장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관련 기술과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면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절대 작은 규모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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