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소상이 `알록달록` 스웨터 입은 사연

양미영 기자I 2011.05.19 14:52:47

거리예술 `뜨개질 폭탄` 곳곳에 확산
독특함과 따뜻함 선사 `눈길`..도요타 등 마케팅에 활용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월가의 유명한 황소상은 분홍색과 보라색 털실로 짠 뜨개질 천으로 몸 전체가 뒤덮였다. 지난달에는 필라델피아 박물관의 록키 청동상이 분홍빛 뜨개질 천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선 이처럼 따뜻한 색감의 뜨개천들이 각종 조형물들에 장식되면서 눈길을 끄는 경우가 종종 감지되는데 그래피티(graffiti)와 유사한 거리 예술 중 하나인 `뜨개질 폭탄(yarn bombing)`으로 불리는 예술 기법이 적용된 것이다. 뜨개질 폭탄은 버스나 자전거 같은 교통수단은 물론 공중전화 부스 등 거리 전반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적용이 되고 있다.

▲ 뜨개질 폭탄으로 장식된 월가 황소상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뜨개질 폭탄이 점차 세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며 도요타 같은 굴지의 기업들에서도 제품에 이를 접목시켜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뜨개질 폭탄은 포근한 털실이 조형물을 뒤덮는데다 따듯한 색감까지 더해지면서 여성적이면서도 어머니다운 느낌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그래피티가 일종의 반항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와 달리 차갑거나 딱딱해 보이는 물체들이 뜨개질 폭탄을 통한 변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로키 조각상을 뜨개질 폭탄으로 변신시킨 예술가도 조각상이 너무 `마초`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대상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뜨개질 폭탄의 경우 기존의 그래피티처럼 거리 조형물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선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순 있다. 한 뜨개질 폭탄 예술가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본사 앞의 표지판에 뜨개질 폭탄을 장식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뜨개질 폭탄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도 마케팅에 이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한 유명한 뜨개질 폭탄 예술가는 포춘 선정 500대 기업으로부터 그들의 제품을 장식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2만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 뜨개질로 장식된 미니 쿠퍼
일례로 도요타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맞춰 프리우스를 스웨터로 장식해달라고 요청했고 홍보 비디로를 찍기도 했으며, BMW의 미니쿠퍼도 비슷한 장식을 한 광고를 방영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뜨개질 폭탄이 상당히 낙관적이면서도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프리우스 스웨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