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1월 26일 14시 3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해운업계 4위 업체인 대한해운(005880)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 부여에 대한 신뢰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업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로 회사가 어렵다는 사실이 뻔히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두달전 회사채 발행을 위해 등급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신뢰도와 적절성 문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해당 채권은 모두 리테일 물량으로 소화돼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만 떠안게 될 전망이다.
◇ 유동성 위기 불구 채권 발행 길 터줘
대한해운은 이전부터 벌크선 시황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금 조달을 전적으로 시장에만 의존해 왔다. 유상증자를 비롯해 일반 회사채 뿐만 아니라 CB(전환사채)와 EB(교환사채) 발행은 물론 장래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500억원의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하는 등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은 총동원했다.
현재까지 대한해운이 발행한 채권 중 미상환 사채는 총 38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발행한 400억원의 회사채는 두달전인 작년 11월에 발행됐다. 당시 대한해운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곳은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 두 곳. 문제는 대한해운의 유동성 악화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관련기사: 대한해운 또 회사채 발행..짓누르는 이자부담) 기업의 재무 상태를 고려,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해야 할 신평사들이 채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줬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사의 모럴헤저드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다"며 "회사채 발행을 통해 돈을 빨아들이고 법정관리를 선택한 경영진도 문제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신평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대한해운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등급을 부여해 또다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수혈이 가능하도록 신평사가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됐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신용평가사들의 공격적인 등급 영업이 빚어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부실한 신용등급 평정이 신평사들의 공격적 영업(고객유치)과 무관치 않다는 것은 이미 자본시장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꼬집었다.
◇ 책임은 투자자 몫? 개인들만 피해
BBB급 회사채 특성상 대한해운 채권은 대부분 개인 수요로 팔려나갔을 공산이 크다. 리스크 관리가 철저한 기관들로서는 디폴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BBB급 채권은 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11월에 발행된 400억원 가운데 200억원은 현대증권(003450), 나머지 200억원은 각각 100억원씩 KB투자증권과 대우증권(006800)이 인수했지만 대부분 리테일로 소화됐다. 결국 이들 채권 모두 개인 투자자가 들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BBB급 종목은 기관에서 사가는 일이 거의 없다"며 "사모사채를 제외한 일반 BBB급 회사채는 개인 또는 신협과 지방 금고 등 규모가 작은 곳들에게 팔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태로는 채권자들이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선 최소 한달 이상 소요되는 법원의 처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법원은 발행 채권의 현황을 조사하고, 종류별로 분류한 뒤 원금 보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채무 재조정 절차를 거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는 법원의 회생안에 따라야 한다. 법원에서는 공익채권과 상거래채권, 담보채권, 무담보채권 순으로 변제 순서를 매기는데 무보증 일반 회사채의 경우 무담보 채권으로 분류돼 원금 상환 가능성이 다른 채권에 비해 낮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대한해운의 경우 상거래 채권 비중이 높은 회사다 보니 일반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은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출자 전환 가능성 등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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