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의 사무실과 토지가격은 그동안 회복세를 보여왔지만 전국의 땅값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90년대초 부동산 거품붕괴후 오랜 기간 디플레에 시달려온 일본 경제에 청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땅값 상승 소식이 전해진뒤 시장에서는 앞으로 부동산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부동산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땅값 상승이 버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 땅값, 16년만에 첫 상승..경기회복에 `날개`
22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의 전국 땅값은 지난 1월1일을 기준으로 전년보다 0.4% 올라 지난 1991년 이래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관련기사 ☞ 日부동산 가격 16년만에 상승..경제 `파란불`)
도쿄 등 도시들의 재개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지지를 받은 데다가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해외 자금이 유입된 것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보도했다. 작년 한해만 해도 도쿄지역으로 유입된 부동산 투자자금이 2조엔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디플레이션의 종료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과 기업들은 더 이상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출과 사업투자에 있어서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땅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토지나 주택 보유자들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소비여력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일본 경제성장의 마지막 걸림돌인 소비부진을 탈피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벌써부터 `과열` 우려..부동산주 동반 강세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의 땅값이 과열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후쿠오카현 하카타역 부근의 상업지 가격은 40%나 상승했다. 이들은 이같은 가격 상승은 이 지역의 실질가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이시자와 타카시 수석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일본 땅값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며 부동산 시장이 과열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도쿄지역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관련주은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 신코증권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로 부동산주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주식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쓰비시부동산과 미쓰이 부동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63과 43으로 도쿄증권거래소 1부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평균인 2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부동산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베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동산주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버블 아니다..정상 회복까지는 먼 길`
다수의 산업 관계자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버블형성의 과정이 아니라 단지 과거에 지나치게 급락한 것에 따른 가격 조정일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쓰이부동산의 이와사 히로미치 회장은 "이는 버블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미 고지 재무상도 "땅값 상승은 전반적인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전혀 버블의 사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동산주 강세로 과열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아직 부동산 가격의 회복은 먼 것으로 보인다. 도쿄 중심지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1984년과 같은 수준이고 상업지의 가격도 1980년과 같다.
일본 총 부동산 가치는 지난 2004년말 기준 1244조엔으로 지난 1990년말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452조엔에 반 정도 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의 자산 디플레이션이 끝나기는 했지만 아직 회복 초기단계에 있다며 일본 정부가 조심스럽게 경제정책을 단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