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혈 막았다" 반란 이틀만에 수습나서…시장 일단 '관망'

김정남 기자I 2023.06.27 15:16:55

리더십 최대 위기 푸틴, 반란 관련 첫 대국민연설
프리고진 “정권 전복 의도 없었다”
유럽증시 혼조·국제유가 보합…시장 영햔 제한적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23년 철권 통치’ 최대 위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 사태를 두고 첫 입장을 내놓았다. 용병그룹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은 유혈 사태를 피하려 무장 반란을 일부러 놔뒀다는 게 골자다.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금융시장은 일단 관망 모드를 유지하는 기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번 무장 반란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연설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무장 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했을 것”이라며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태 초기부터 심각한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한 나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고 했다. 바그너그룹이 수도 모스크바 200㎞ 이내까지 빠르게 진격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조치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집권 이후 절대 권력을 과시해 왔는데, 이번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와중에 반란군을 ‘일부러 놔뒀다’는 표현을 통해 리더십 회복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유혈 사태를 피하고자)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이 사회로부터 단호하게 거부당했는지, 러시아에 얼마나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깨달을 기회를 주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부연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물러난 바그너그룹에 감사하다”며 “바그너그룹 멤버가 원한다면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벨라루스로 가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바그너 그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우들에 맞서도록 반란에 이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 반란을 주도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고니 프리고진을 겨냥해서는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와 그들의 서방 후원자, 모든 국가 반역자 등 러시아의 적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동족상잔이었다”며 맹비난했다.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처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반역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종료 이튿날인 이날 여러 일정들을 소화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기술인력 양성 방안 등을 논의하는 포럼인 ‘미래의 엔지니어’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한 게 대표적이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AFP)


◇시장 영향 제한적…‘일단 관망’

프리고진 역시 무장 반란 중단 이후 처음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11분짜리 음성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러시아 국방부의 일방적·강압적 계약 요구와 공격 때문에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 등 용병기업에 대해 다음달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프리고진은 이에 반발하며 계약을 거부했다.

그는 “다음달 1일 이후 바그너그룹은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며 “계약에 동의한 전투원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게 목표였다”며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지만 (러시아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고 약 30명의 전투원이 죽었다”고 했다. “이것이 반란의 방아쇠가 됐다”는 게 프리고진의 설명이다.

프리고진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협상 이후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직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를 떠난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프리고진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추정할 수 있는 시각적인 단서는 제공하지 않았다.

주목받았던 금융시장 여파는 일단 제한적이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11%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9% 올랐다. 미국 뉴욕 증시는 러시아 사태보다 빅테크 약세에 영향을 받으면서 3대 지수 모두 하락했다. 국제유가 역시 잠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30% 오른 배럴당 6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러시아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이 약해진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기대에 위험자산 선호가 우위에 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톰 이사예 창립자는 “러시아 사태는 전 세계에 더 많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면서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시장은 러시아 사태를 무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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