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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파격, 사장·상무 등 6개 직급 통폐합..연공서열 파괴로 인재육성

남궁민관 기자I 2021.12.23 12:04:48

CJ 연말 임원 인사 앞두고 직급 통폐합 '혁신'
역량있는 있는 인재 조기 발탁, 경영자로 육성
처우·보상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
비임원 일반 직원들직급도 조만간 단순화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임원 인사를 앞두고 직급 통폐합을 단행하면서 혁신의 고삐를 당겼다. 이번 직급 통폐합은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직급인 ‘경영리더’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달 초 중기비전 발표를 통해 ‘하고잡이’(능동적으로 업무에 매진하는 인재) 우대 핀셋 등용으로 “누구나 리더”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었다.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역량있는 인재를 조기 발탁하기 위해선 ‘나이·성별·직급’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직급 통폐합 역시 이같은 이 회장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역량있는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동영상을 통해 중기 비전을 밝히고 있다.(사진=CJ)
CJ는 내년부터 사장과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다고 23일 밝혔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임원직제개편안은 지주 및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승인하고 조만간 단행될 임원인사에 적용해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단일직급인 ‘경영리더’의 처우와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성과는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게 된다.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최고경영자(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CJ측은 “당장 처우와 보상 등 변화는 없겠지만 앞으로 성과에 따른 보상과 대우는 개별적으로 통보, 달라질 예정”이라며 “대우는 낮추는게 아닌 높이는 상향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였다.

CJ가 2000년 국내 최초 도입한 ‘님’ 호칭 문화는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임원들의 대외 호칭의 경우는 대표이사, 부문장, 실장, 담당 등 직책을 사용한다.

▲CJ 임원 직급 체계 개편 내용.(사진=CJ)
단일직급 운영에 따라 그간 직급에 맞춰 일률적으로 지원되던 차량·사무공간·비서·기사 등도 앞으로는 보직과 역할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직급별로 차종이 정해져 있던 업무용 차량도 앞으로는 일정 비용 한도 내에서 업무 성격과 개인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바뀐다.

이 회장의 이같은 파격 결정의 배경은 인재 육성에 있다. CJ측은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로 운용되는 기존 제도로는 우수 인재의 역량을 끌어내 경영자로 성장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며 “즉 역량이 충분한 인제라면 이러한 직급에 얽메이지 않고 경영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해야 한다는게 이번 결정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실제 지난 달 초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라며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직급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인사부터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통합해 부사장 이하 직급을 부사장과 상무 두 단계로 축소했다. CJ와 마찬가지로 유능한 인재를 발 빠르게 경영자로 키워내려는 포석이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의 직급 통폐합도 활발하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모두 직급을 상당 부분 단순화했다.

CJ 역시 이번 임원 직급 단일화에 이어 향후 일반 직원들 직급 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은 기존 7단계이던 직원 직급을 전문성, 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 및 역할 중심의 3단계(Associate-Specialist-Professional)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을 철폐했다. CJ ENM, CJ대한통운도 내년부터 단순화된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CJ CGV와 CJ푸드빌은 이미 7단계에서 4단계로 직급 체계를 개편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의 연공서열 파괴는 빅테크 기업들에 핵심 인재를 뺏기거나 몰리는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와 무관치 않다”며 “이번 CJ의 임원 직급통폐합은 누구나 역량 있는 인재라면 나이, 성별, 직위와 관계없이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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