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이라 더 비싼 '핑크택스'와 '캣택스' 불만 없이 구매하자 호갱 취급했던 핑크택스 소비자는 불공정한 사례에 적극 문제 제기해야
[이데일리 김수연 PD]수도권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30대 여성 김 모 씨는 어느 날 문득 이상한 상상을 한다. 그것은 ‘자신이 남자라면, 고양이 대신 강아지를 키웠다면 지금보다 더 적은 비용을 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핑크택스”. 같은 상품이어도 ‘여성용’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좀 더 비싸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에 주로 분홍색을 사용해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분홍색 염료가 비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여성용 물품이 조금씩 비싼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015년 미국 뉴욕시 소비자원이 24개 온ㆍ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800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가장 가격 차가 큰 품목은 샴푸나 컨디셔너, 데오도란트, 면도기 등의 미용용품으로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평균 13% 더 비쌌다. 여성용이 비싼 제품은 전체의 42%, 가격이 같은 것은 40%, 남성용이 비싼 것은 18%였다. 의류를 살 때도 여성들은 같은 제품에 평균 8%의 웃돈을 낸다. 명품의 경우 같은 라인, 같은 디자인의 여성용 의류가 최대 114만 원 더 비싼 값을 치렀다. 도대체 왜 여성용이 비쌀까?
포틀랜드 팸플린 경영대학 이안 파크만(Ian Parkman) 교수는 “남성들은 늘 사용하던 브랜드의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매한다. 반면 여성 소비자는 특별 패키징 제품들을 사며 경험적 가치를 얻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은 여성용 제품에 더 큰 비용을 투자해 특별한 향이나 패키징을 추가한다. 이는 기업이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여성용 제품의 가격이 남성용 제품보다 높더라도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구매했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제품에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성을 기반으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는 것부터 이미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로 인해 여성은 더 많은 돈을 내야만 했다. 거기다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면 핑크택스에 캣택스까지 추가된다.
“캣택스”는 고양이 관련 물품에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의미로 ‘핑크택스’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몇 달 전, 한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사람이 쓰는 것과 비슷한 제품인데 고양이 제품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이 최소 수십 배 상승한다.”라는 말이 나왔다. 흔히 판매되는 나무 선반에 ‘고양이용 선반’이라는 이름이 붙자 가격이 10배 이상 상승한 것을 꼬집어 말한 것이다. 왜 이런 세금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 의식 조사’에 의하면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고양이 관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캣택스’가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모습에 일부 업체들이 고양이 물품을 비싸게 팔고 있다.
핑크택스는 오랫동안 시장에 존재했으나 기업이 교묘하게 감춰서, 소비 생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적어서 그간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캣택스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핑크택스, 캣택스처럼 시장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한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기업이 이를 고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