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3분의 1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부를 축적했지만 부자 부모를 만나 이들로부터 상속, 증여를 받은 것도 상당했다. 이러한 상속, 증여는 부동산 투자보다 자산 형성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일 발표한 ‘2016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약 2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9% 증가했다. 2014년 증가율 8.7%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476조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해 가계 총 금융자산의 15.3%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식시장이 호황세를 띠고, 주택경기가 회복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부자 규모 및 금융자산이 2011년 14만2000명, 318조원인 점을 감안할 때 매년 평균적으로 약 10%씩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융자산만 200억원 이상인 초고자산가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이들은 8000명으로 보고서가 처음으로 발행된 2011년 대비 12.7% 늘어났다. 50억원 미만 부자 증가율 10.2%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자산 축적 방법의 38.8%는 사업체 운영이었지만, 돈 많은 부모를 만나 상속, 증여를 통해 자산을 형성한 비율도 26.3%에 달했다. 과거 흔한 자산 형성 방법이었던 부동산 투자는 21.0%로 ‘금수저’보다 못했다. 부동산 투자는 2011년까지만해도 자산 형성 방법의 45.8%를 차지해 꾸준히 줄고 있는 반면 상속, 증여를 통한 방법은 13.7%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총자산 규모가 많을수록 상속, 증여를 통한 자산 축적이 많았다”며 “총자산 100억원 미만 부자의 경우 사업체 운영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반면 100억원 이상 부자는 40% 가량이 상속, 증여를 통해 부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산이 많을수록 자녀 세대로 자산을 이전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들의 73%는 물려받은 재산 없이 자녀 스스로 자수성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했다.
이들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은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자산 비중은 43.6%로 2012년보다 8%포인트 상승한 반면, 부동산 자산 비중은 51.4%로 8.1%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일반 가구의 자산 구조에 비해 금융자산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금융자산 비중 증가세는 과거에 비해 낮아진 부동산 투자 수익률, 보험 등 장기 금융자산 증가 추세 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금융자산의 41.7%를 현금, 예적금 등에 투자했고 18.5%를 저축성 보험에 넣었다. 주식 투자는 17.2%에 불과했다. 부자의 90%는 저성장, 저금리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주식이나 해외 펀드 비중을 크게 줄였다. 이들은 적정 위험을 부담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식의 투자 성향을 띠고 있으며 3분의 1 가량(35%)이 금융상품 선택시 ‘세제 혜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부자들이 생각한 부자의 기준은 2012년까지만 해도 100억원 자산가였으나 이 기준이 70억원으로 줄었다. 그로 인해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같은 기간 32.0%에서 35.3%로 상승했다. 또 이들이 은퇴 후 월 평균 생활비는 715만원으로 일반인(평균 226만원)의 세 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