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전염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이미 지카바이러스가 대두하며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권을 찾는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퍼지며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 유입되던 관광객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전염병에 관심을 기울이며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염병이 돌 때마다 타격이 가장 큰 업종은 여행관련 종목들과 유통주다.
국내만 하더라도 메르스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대표적인 여행업종 하나투어(039130)와 모두투어(080160)는 주가가 지난 5월 20일부터 20거래일 동안 무려 15.1%, 15.0%씩 하락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패키지 여행을 취소하며 하락세가 나타났다. 해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주로 사는 화장품 종목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종목 뿐만 아니라 지수도 영향을 받는다. 금융과 함께 관광을 통해 경제를 영위하던 홍콩은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 창궐하며 그야말로 급락했다. 2002년 11월 발생하기 시작한 사스는 2003년 5월 정점을 찍었다. 같은 해 9월 정식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홍콩과 중국 등지에서 8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774명이 사망한 희대의 전염병이었다. 이에 홍콩 증시는 2003년 초반부터 사스 우려가 정점에 이르렀던 5월까지 주가가 무려 9.8% 하락했고 인근 싱가포르 역시 주가가 10.1% 급락했다.
물론 전염병이 유행한다고 모든 종목과 지수가 울상인 것은 아니다. 백신을 개발하는 헬스케어 종목이나 청결 관련 종목은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지카바이러스 백신을 올해 중에 임상 실험하기로 했다고 밝힌 진원생명과학(011000)은 주가가 연초 이후 무려 36.5% 올랐다.
진원생명과학과 함께 지카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인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된 이노비오(Inovio) 역시 같은 기간 22.9% 상승했다. HC웨인라이트는 18일(현지시간) 7.12달러였던 이노비오 목표주가를 17달러로 잡았고 맥심그룹 역시 목표주가를 14달러,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올렸다.
다만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커질수록 종목들의 급등락도 확대되지만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실적 역시 관련성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번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중국 경기 둔화와 브라질 정치 혼란 등이 겹쳐 공포감이 커진 면도 크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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