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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阿 50개국 정상과 첫만남..경제협력·中견제 `이중포석`

이정훈 기자I 2014.08.04 14:25:27

4~6일 워싱턴서 첫 美-阿 정상회의.."1조 투자합의"
오바마, 남부 아프리카 외교 본격화..中견제 포석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케냐인 아버지를 둔 첫 흑인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50개 가까운 아프리카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미국-아프리카 리더십 정상회의가 4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에볼라 창궐과 테러 사태로 인해 개막 전부터 먹구름이 드리우긴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빠르게 성장하는 남부 사하라 지역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젊은 아프리카 리더십과의 만남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환호속에 등장하고 있다.
◇ 1조원 민간투자 합의 기대..교역확대도 논의

이번 첫 미국-아프리카 리더십 정상회의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짐바브웨, 수단, 에리트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을 제외한 국가 정상들을 모두 초대했지만, 군부 쿠데타로 아프리카연합(AU) 회원 자격을 잃은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불참을 통보했다.

또 에볼라 창궐로 인해 엘렌 존슨 서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과 어네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9억달러(약 9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들이 주도하는 개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투자 수요가 강한 군사와 공중보건,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스트럭처) 등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발전과 미국과의 교역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림으로써 아프리카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

향후 5년간 70억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해두고 있는 ‘파워 아프리카 이니셔티브’(Power Africa initiative)는 아프리카 대륙의 전력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에티오피아와 가나, 케냐,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의 전력 공급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또 시장과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한 장기 청사진을 마련해 차기 미국 대통령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보안과 대테러 협력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2000년 처음 발효된 아프리카 성장 및 기회법(AGOA)을 통해 이 지역 49개국에서 생산되는 재화를 무관세로 미국에 팔 수 있게 했는데, 이 법안은 내년 갱신을 앞두고 있다. 현재 49개국 가운데 실제 39개국만 법안 혜택을 보고 있어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같은 조치는 남부 사하라 지역의 빠른 경제 성장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10개국 가운데 6개국이 이 지역에 포진돼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남부 사하라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게 이번 정상회의의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알아야 한다”며 “아프리카는 성장하고 있고 시장도 커가고 있으며 기업인들은 물론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교역과 기업활동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아프리카와의 관계에서 추구해야할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 남부 아프리카 외교 본격화..中견제 효과도

사실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주로 아시아에서의 동맹 확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위기 해결에 주력했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유럽 이슈에 주목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바마의 외교정책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던 셈이다.

이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대조적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에이즈와 말라리아 발병을 억제하기 위해 각각 150억달러, 12억달러의 지원 프로그램을 발족하는 등 남부 사하라 지역에 외교 역량을 집중했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느낀 실망은 컸다.

올리버 워네카 주미 우간다 대사와 스티브 마텐제 주미 말라위 대사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아프리카에서의 주요 정책을 높이 사고 미국 재정여건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워네카 대사는 “이번 정상회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아주 큰 행사”라며 “우리는 미국으로부터의 투자를 바라고 있으며 지금까지 투자는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남부 아프리카에서의 중국 외교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아프리카 각국을 상대로 한 투자를 비약적으로 늘리며 아프리카 대륙과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미국도 AGOA법 덕택에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의 무관세 수입이 지난 2001년보다 4배나 급성장한 268억달러를 기록했다. 또 미국이 이들 국가에 수출한 규모는 240억달러였다. 이 역시 최근 10년새 250%나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전체 수출의 1.7%, 수입의 1.5%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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